올해 이어 내년도 경기 둔화 지속 예상···추가 인하 전망 다수
실효하한 근접 시 통화정책 효과↓···“서울 집값 상승에 기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역대 최초의 0%대 기준금리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들어서만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국내경제가 저성장 흐름을 이어가자 내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내년까지 저성장이 이어져 두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한국 경제는 이제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0%대 금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역대 최저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그 효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과 경기도의 주택가격도 금리 인하의 부정적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1.25%로 내리면서 추가 인하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의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며 “금리 인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전망은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하회하며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정부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은 2.0∼2.1%로 예상했으며, 이 총재도 “(2%대 전망은) 3분기 GDP 실적을 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불확실한 대답을 내놨다.

내년에도 큰 폭의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총재는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는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15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2%로 대폭 하향했다.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곧 발표될 국내 3분기 GDP는 수출·소비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예상되며 물가 역시 3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예상돼 금리 인하의 명분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를 했지만 최종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높고 합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실물지표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과 발맞춰 금리 인하의 필요성도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분기 추가 인하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부진한 경제 흐름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하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대로 과거에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에는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미 금리가 1%대 초반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는 크게 얻지 못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시장은 한은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을 0.50~1.0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추가 인하와 동시에 기준금리는 실효하한에 다다르게 되며 이는 향후 통화정책 효과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크다. 금통위 역시 최근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전통적으로는 통화정책의 큰 폭 완화로 향후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사라질 경우 금리 인하 효과가 저하되면서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 과열과 그로 인한 금융 불안정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KB부동산 Liiv On(리브 온)의 ‘9월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에 비해 0.16% 증가했다. 지난 6월(0.01%) 상승 전환 이후 4개월 연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 9월 5개 광역시의 상승률은 0.03%에 불과하며 기타 지방은 오히려 0.19% 하락했다. 서울·수도권에서만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컨설턴트 김인만 굿 멤버스(Good Members) 대표는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서울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여름부터 시작된 투자심리 회복의 가장 큰 원인은 갈 곳 잃은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예금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예금에서 부동산으로 유동자금이 더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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