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문제 입체적으로 다룬 ‘을의 눈물-한국 사회의 갑질 보고서’ 집필
“경제 성장 속도에 뒤처진 사회제도와 의식 탓에 갑질 문화 끊이지 않아”
“사회 상층부 의사결정 플랫폼인 정치권에서 변화의 모습 보여야”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고 난 이후 ‘갑질’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인간 존엄을 짓밟은 행위에 숱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갑질 문제는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에도 금융투자협회장의 갑질 논란이 큰 이슈가 되면서 이전의 교훈이 학습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 사회와 경제 문제에 대해 저작 활동을 해온 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갑질은 한두 군데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회사에 출근하고 다시 퇴근해서 잠이 들 때까지 우리는 하루 온종일 갑질의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갑질을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봤다. 그는 “갑질행위로 야기되는 피해는 당하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을 만큼 매우 심각하다. 갑질 행위로 인한 피해 구제는 대부분 사후적 처방에 그쳐 당사자는 평생을 씻지 못할 트라우마에 갇히게 된다”며 “이러한 것들이 모이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사회가 병들게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갑질 문제가 발생하게된 주요 원인을 경제와 민주주의의 성장 불일치에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관존민비(官尊民卑)라는 권력지향적인 사상이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며 “빠르게 경제 발전은 이루었지만 권력자들의 사고와 의식 수준은 안타깝게도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갑질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치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사회 상층부의 의사결정 플랫폼인 정치 분야에서 변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 소통과 포용의 정치가 나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지금의 기획재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뒤에는 한국거래소와 한국금융연구원, 한국무역협회 등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단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집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을의 눈물-한국 사회의 갑질 보고서>라는 책을 내 한국 사회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사진)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갑질'을 꼽았다. / 사진=시사저널e, 장소제공=우리시니어플러스센터.
이철환 단국대 겸임교수(사진)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갑질'을 꼽았다. / 사진=시사저널e, 장소제공=우리시니어플러스센터.

다음은 일문일답

-<을의 눈물-한국 사회의 갑질 보고서>라는 책을 냈다. 집필 동기는?

“우리가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갑질 문제가 우리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른 지는 몇 년됐지만 여전히 계속 나온다. 갑질에 대한 비판만 있어서는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갑질이 왜 발생하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갑질 문제가 해소되고 우리 경제 사회가 좀 더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글을 정리했다.”

-글을 쓰면서 어려웠던 점은? 

“'이 책을 출간을 해도 될 것인가'와 같은 고민이 없잖아 있었다. 막상 글을 써내려가는 시간보다도 해당 단어가 적합한지 고치고 다듬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단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만큼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당사자들에게 민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면서 ‘당신은 잘하고 있느냐’와 같은 비판도 조금은 걱정이 됐다. 그래서 ‘과연 나는 갑질하지 않고 살아왔는가’와 같이 자기성찰을 많이했다. 어쩌면 이 책은 스스로의 고백성사이자 참회록이기도 하다”

-‘갑질’을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고 했다. 

“갑질은 을 대비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갑에게서 이뤄지는 지위 남용 행위를 말한다. 갑과 을은 주로 경제적인 계약이나 관계에서 파생된 단어다. 경제 활동을 하는 우리의 삶과 그만큼 밀접하다는 것이다.” 

“실제 갑질이 대표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직장이다. 삶의 3분의 1정도를 직장에서 보낸다는 것을 감안하면 직장 내 갑질 피해는 큰 고통을 야기한다. 즉 갑질 피해는 타인이 아닌 부모, 동생, 친구 그리고 나의 아픔이기도 하다.”

-갑질 문제가 계속 불거져나오는 이유는?

“갑질의 뿌리는 관존민비(官尊民卑)라는 권력지향적인 가치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화를 통해 이는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있다. 경제 발전은 많이 이뤄졌지만 권력자들의 사고와 의식 수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갑질 문화가 사라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책에서는 10가지 분야에서 개혁을 제시했다. 이 중에서는 사회 상층부의 의사결정 플랫폼인 정치 분야에서의 변화를 강조하고 싶다. 갑질은 정치 분야에서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치 활동이 잘못이뤄지게 되면 이는 또 하나의 갑질로 국민 전체가 해를 입게 된다.”

“영어로 ‘스테이츠맨(statesman)’과 ‘폴리티션(politician)’은 다같이 정치인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츠맨이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에 시선이 향하고 있는 데 반해, 폴리티션은 다음 선거(next election)에 시선이 향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진정으로 국민 편에 서서 국정을 돌보는 스테이츠맨들이 정치권에서 활동할 필요가 있다.”

-어떤 독자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나

“많은 사람들이 두루 읽으면 좋겠다. 특정한다면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고위관료, 정치인, 재벌, 언론인 등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이 읽어보고 갑질에 대해 한 번 성찰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책에는 나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아픔을 건드린 것이 사실이다. 갑질은 타인의 인격의 파괴하는 행위기 때문에 한시바삐 더 해소되고 완화돼야 한다. 갑질 문제를 해소를 하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가 개선되고 생각하는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이 책이 한국 사회를 바꿔나가는데 조그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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