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장단 외부출신 인물 ‘깜짝 발탁’하는 경우 찾기 힘들어
“삼성전자 사장 하려면 조직 이해는 기본, 기술과 관련해 석‧박사 학위는 필수”
사장 외 상무‧전무 등 임원급 영입은 활발한 편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최근 몇 년 국내 대기업 사장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외부영입’이다.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너도 나도 외부 인사를 구원투수로 삼아보려 하는데 여전히 삼성전자 주요 제품 부문만큼은 내부에서 내공을 쌓은 인물들을 사장으로 중용한다.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삼성 안팎의 중론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21일 새로 이마트를 이끌어갈 자리에 베인앤컴퍼니 출신 강희석 대표를 앉혔다. 이마트가 외부출신을 대표이사에 앉힌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야말로 깜짝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처럼 위기 타개를 위해 외부 출신을 수장으로 영입하는 경우는 대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우선 순혈주의가 강하게 나타났던 현대자동차와 LG의 변화가 상징적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연구개발본부장 자리에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임명했다. 과거에도 디자인경영담당으로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임명하긴 했지만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자리에, 그것도 부사장이 아닌 사장급에 외부인을 곧바로 앉혀 주목받았다.

구광모 LG회장도 LG화학 수장 자리에 3M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을 임명했다. LG화학 창립 이래 외부출신이 곧바로 수장자리로 온 첫 사례다. 이 밖에도 두산중공업 출신의 박흥권 사장, 삼성전자 출신 옥경석 사장을 한화를 비롯 재계 전반적으로 외부출신 CEO(최고경영자)를 끌어들여 변화를 모색하려는 흐름이 대세다.

허나 삼성전자만큼은 이 같은 흐름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마케팅 부문, 해외법인의 경우 외부출신 사장 등용 사례가 있지만 DS(부품), CE(가전), IM(인터넷‧모바일) 사업부 등 기술과 관련된 핵심 부문들의 경우 외부에서 갑자기 등장해 사장자리를 차지하는 사례는 찾기 드물다.

DS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쭉 성장해온 정통 삼성맨이고 고동진 IM부문장이나 김현석 CE부문장도 관련 부문에서 승진해온 인물들이다. 그 밖에도 삼성전자 사장단은 대부분 외부에서 깜짝 발탁되기보단 내부에서부터 내공을 쌓은 인물들이다.

삼성 안팎에선 현실적으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을 하는 삼성전자와 다른 그룹사간엔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며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사업부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사장 역할을 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 사장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전자공학, 혹은 컴퓨터공학 전공자이고 외국대학 석‧박사 출신이 많다. 한 반도체 업계 연구원은 “삼성전자에서 사장을 하려면 삼성조직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기술과 관련해 석‧박사 학위는 필수라는 게 업계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기술 집약적 제조업 부문이라고 해도 다른 경쟁사에서 끌어올 수 있지만, 이미 삼성전자가 사실상 세계 1위 IT(정보기술)업체이기 때문에 굳이 외부에서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게 삼성 안팎의 이야기다. 삼성 출신 인사를 끌어들여 1등 유전자를 그룹에 심으려고 하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은 자신들이 잘 아는 부문은 잘 아는 만큼 내부인사로 충당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문은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이나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한 것이 그 예다.

다만 이처럼 처음부터 사장으로 발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 외 임원들, 즉 상무 및 전무급들의 경우 경쟁업체 출신들에 대한 외부 영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장을 목표로 하더라도 적어도 임원 때부터 차근차근 조직과 사업에 대한 이해를 쌓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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