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의원 보좌관-동창 나눈 대화···증인 “근대건물 추천으로 들었다” 주장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기소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기소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알박기해놓고. 노년에 목포에 가서 2~3개월 놀다가 서울 왔다가 그렇게.”

전남 목포지역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첫 재판에서 ‘알박기’라는 단어가 담긴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검찰은 손 의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아무개 보좌관과 그의 동창생인 김아무개씨가 나눈 대화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조 보좌관의 혐의를 입증하고자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찬우 판사는 21일 오후 손 의원과 조 보좌관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조 보좌관의 동창생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조 보좌관의 추천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목포 역사문화거리의 갑자옥 모자점 옆집을 구입한 인물이다. 김씨는 평소 전화 통화 뿐만 아니라 중요한 회의내용까지 녹음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2017년 3월 20일자 녹음파일에서 조 보좌관은 “미리 집을 야금야금 사놓으려는 사람이 있다. (손) 의원님 지원하려고 은밀하게, 소문나면 안 되니까 은밀하게 알아보고 있다”면서 “여러 채를 한꺼번에 사야한다”라고 말했다. 조 보좌관은 또 “길가에 긴 형태로 된 (집). 18평에서 20평. 알박기를 해놓고 노년에 목포에 가서 2~3개월 놀다가 서울 왔다가 그렇게”라고 말했다.

검사는 김씨에게 “알박기는 통상 부동산을 사고 고가로 되팔아 큰 이익을 얻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단어로 보이는데 어떠한가”라고 물었고, 김씨는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집값 상승을 노리는 사람들이 은밀하게 알아보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나’라는 물음에는 “구도심 활성화 사업이 있으면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으로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목포시만 특정해서 이야기한 게 아니라 다른 지역 상황가지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조 보좌관은 녹취록에서 ‘목포진길’이라는 지역도 특정해서 발언했다. 목포진(鎭)은 조선시대 수군의 진영이다. 이에 김씨는 “장소보다 근대건축물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두고 찾아본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조 보좌관과 통화 이후 2017년 4월 29일 가족과 함께 목포에 내려갔다. 조 보좌관은 임아무개씨를 김씨에게 소개해주고, 김씨는 임씨에게 안내를 받은 뒤 “짧지만 강렬했다. 여러분이 목포를 살릴 것이라고 생각된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김씨는 “늘 근대건축물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대구나 인천도 알아봤다”면서 “꼭 목포가 타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손 의원과 조 보좌관이 2017년 5월 18일 목포시 한 카페에서 목포시장과 관련 공무원을 만났다는 사실도 조 보좌관에게 전해 들었다. 조 보좌관은 당일 찍은 사진과 도시재생 전략계획 자료를 김씨에게 보냈다. 김씨는 같은 달 20일 임씨가 추천한 매물 중 하나를 매입하겠다는 가계약을 체결했다. 갑자옥 모자점 옆집이다. 김씨는 통화 자체는 인정하면서 갑자옥 모자점 옆집을 사기 위해 통화를 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조 보좌관은 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위반, 부동산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보좌관은 2017년 3월 20일 김씨에게 “목포 구도심 활성화 사업을 하면 그곳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이고 손혜원 의원이 직접 부동산 2곳을 매입하고 그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니 부동산을 매입하라”는 취지로 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7년 5월 18일 도시재생 전략계획 자료를 확보한 이튿날 “목포시에서 갑자옥 모자점 인근 구도심을 도시재생 사업구역으로 포함해 놓았는데 향후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총 3회에 걸쳐 목포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지인 등에게 취득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 보좌관이 공직자로서 업무처리 중 알게된 비밀을 이용해 제3자에게 총 3억77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손 의원과 조 보좌관은 증인 김씨의 얼굴은 보지 못한 채 육성만 들었다. 박 판사는 증인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들과 증인 사이에 차폐막을 설치했다.

조 보좌관은 증인신문 전 녹음파일 재생과 관련해 “3년 전 개인적으로 친구와 나눈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되는 게 부담된다. 이미 사라졌어야할 인격인데 과하다”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경까지 검찰 측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이후 손 의원과 조 보좌관 측 변호인이 증인신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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