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서 증액 반영 여부 주목
노조 “26년간 임금처럼 받아, 임금협약에도 명시”···우정본부 “국회와 정부에 증액 반영 요구”

사진은 지난 7월 8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모습.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7월 8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모습. / 사진=연합뉴스

우체국 집배원들이 26년간 받아온 ‘집배보로금’의 체불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다. 과로사를 막기 위해 집배원 수가 늘었지만 관련한 예산 증액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용자인 정부는 법령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26년간 임금처럼 받아왔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명한 임금협약에도 명시된 사항이라며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집배원들은 1993년부터 ‘집배 보로금 지급세칙(우정사업본부 훈령)’에 따라 매달 정기적으로 집배보로금(報勞金)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1인당 평균 매달 8만원에서 12만5000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집배원 숫자가 늘었지만 관련 예산은 늘지 않았다. 결국 지급하지 못한 집배보로금이 2017년 14억원, 2018년 33억원, 2019년 76억원이 발생했다. 예산 부족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우정사업본부는 9월 이후로는 집배보로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집배보로금 지급 대상 인원은 2016년 1만2272명에서 2019년 1만5056명으로 늘었다. 집배원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이를 막기 위해 전체 집배원이 약 2800명 늘었지만 관련 예산은 151억원으로 2016년 이후 그대로다.

자료=집배노조
자료=집배노조

노조는 집배원이 늘어난 만큼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관련 예산을 짜는 기획재정부는 법령에 따른 지급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최승묵 집배노조위원장은 “집배보로금은 2018년 임금협약에도 명시돼 있다. 임금협약 사용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돼 있다”며 “정부 부처의 한 수장과 조합원 간의 약속인 집배보로금이 체불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집배원 수 증가만큼 예산에 반영해야 하는데 기재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기재부와 인사혁신처가 단기적으로 임금체불을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집배원의 임금이 보전될 수 있는 규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우정노조의 이행무 국장도 “우정본부는 예산을 늘리는 대신 집배보로금의 개인당 금액을 줄이는 방안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임금 삭감과 같다”며 “26년간 임금처럼 받아온 집배보로금이다. 집배원들은 공무원이지만 공무원 노조법이 아닌 일반 노조법을 적용받고 노동 3권도 보장받고 있다. 이에 집배원들은 집배보로금과 관련해 국가공무원법보다 임금협약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9월 18일 대전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관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기존에는 훈령에 근거한 보로금에 대해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기재부 관계자는 “집배보로금 증액 문제에 대해 검토중이다”며 “오는 22일부터 국회의 예산 심사가 시작되는데 집배보로금 증액 문제는 국회의 역할이 남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국회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과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집배보로금 증액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최승묵 위원장은 “국회와 정부가 집배보로금 예산 증액을 결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임금을 체불하는 문제에 대해 해결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8년 임금협약서에 명시된 집배보로금. / 자료=공익제보자.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2018년 임금협약서에 명시된 집배보로금. / 자료=공익제보자.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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