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문제 등으로 올해까진 통매각 원칙 고수 가능성 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내걸린 아시아나항공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내걸린 아시아나항공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분리매각과 관련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6개월 만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진척이 없던 인수전에 다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러 여건을 감안했을 때 올해까진 통매각 원칙이 고수될 수밖에 없고, 분리매각 카드는 빨라도 내년에야 꺼내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월만 해도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통매각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시장에서 제기되는 분리매각설을 일축했다. 인수전 흥행 등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나왔을 때부터 분리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회장은 전혀 흔들림 없이 통매각 원칙을 강조했다.

그랬던 이 회장이 지난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분리매각도 대안으로 검토한다고 밝히자 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회장이 현 시점에 분리매각 이야기를 꺼낸 것을 두고 업계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그만큼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항공업계에는 쥐약과도 같은 유가 상승에 한·일 갈등 등 대외 악재들까지 겹치면서 업계 구조조정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분리매각 가능성도 검토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혀도 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선 어차피 아시아나 채권단이 분리매각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일찍 이야기가 나오면 인수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꺼내더라도 때가 됐다 싶을 때 꺼내들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어쨌든 이 회장의 한마디로 분리매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항공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올해까진 통매각 원칙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분리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최근 예비입찰을 했고 곧 본입찰인데, 지금 상황에서 바로 분리매각으로 전환하는 것은 실사도 또 해야 하고 절차 면에서 쉽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 역시 “이동걸 회장이 분리매각 가능성을 열었지만 여전히 통매각이 원칙이라는 점은 변함 없다”며 “올해 통매각이 안 되면 내년에나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리매각 이야기가 나왔지만 올해까지는 통매각 원칙이 지켜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분리매각이 진행돼 각각 필요한 수요자를 찾게 된다면 큰 구조조정 없이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허희영 교수는 “통으로 인수하면 노선 중복 등을 따져 구조조정을 더 해야 한다”며 “독일·프랑스 등 많은 국가가 복수 대형 체제로 항공사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만큼, 우리도 꼭 통매각으로 복수 대형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한편, 분리매각이 이뤄진다면 현재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애경의 경우 에어부산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김해 지역 인프라를 모두 품을 수 있고, 에어부산이 장거리 기종을 들여오기로 한 만큼 장거리 사업 기반도 확보할 수 있어 애경은 분리매각이 이뤄지면 에어부산에 눈독을 더 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