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위한 메트릭스 체제, KPI제도 등 지적···“내부 통제 문제 두드러져”
금감원장 인지 후 금융위원장 인식까지 한 달 소요···“공짜 점심 발언, 부적절”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이기욱 기자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이기욱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DLF사태에 대한 질타가 계속됐다.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깊은 반성과 시스템 재정비를 요구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개별 사안 대응뿐만 아니라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금감원과 금융위의 소통부족이나 은 위원장의 ‘공짜 점심’ 발언을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오후 국감에서는 관련 실무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질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무위는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20대 국회 정무위의 마지막 국정감사기도 한 이날까지 여야 의원들은 은행권 DLF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LF사태를 정리하자면 소비자 보호가 안중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며 “계열사 시너지를 강화시키고 비이자 수익을 견인하기 위해 메트릭스 체제를 확대시키고 (그룹 내) 전사가 검토보다는 판매와 출시에만 몰입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DLF판매에 인사상 가점을 주면서 판매를 종용한 결과 인사 평가 기간에 판매가 집중됐다”며 “잘못된 KPI(핵심성과지표) 체계와 도덕적 해이 등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사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검사가 개별판매에 집중되는 것 같은데 구조적인 문제점을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의 김병욱 의원 역시 “DLF 문제점을 반복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최대 수익이 3% 중반에 불과한데 손실은 100%까지 날 수 있는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품 판매는 투자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며 “(DLF상품은) 소비자와 금융기관 사이의 수익 차이가 심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자문하고 성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번 사태에서는 내부통제 문제가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며 “KPI 등 잘못된 요인을 직원들한테 부여하는 문제와 같이 말한 내용을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금감원과 금융위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하순 정도에 금감원장이 내부적으로 보고를 받은 후 금융위원장이 사태를 인식하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며 “왜 금융위랑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았나”라고 질타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도 “DLF문제가 있다는 부분을 5월경에 인식하고 7월에 금감원장이 보고 받았지만 8월초에나 금융위원장이 인지했다”며 “당시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로 소비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최고로 높았던 시점인데 DLF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 너무 안일했고 시장 리스크 데미지 콘트롤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 원장은 “정확한 확인이 어렵지만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일본 수출 규제 문제로 전체 시장이 어수선하고 경황이 없었던 기간”이라며 “나름대로 항상 문제가 있으면 (금융위에) 연락을 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늦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은성수 위원장의 ‘공짜 점심’ 발언을 비판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국감때 당국의 허술한 감독을 개선하고 사모펀드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는데 그로부터 3일 뒤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며 “무슨 의도로 말한 것인지는 알지만 금융당국 수장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에게 ‘니네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발언의 진의는 알겠으나 깜깜이 투자가 문제시 되는 상황에서 그런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DLF사태와 관계없는 질의였고 부동산 가격 변동에 대해 유념해달라는 뜻으로 한 얘기였다”며 “발언에 조금 더 신중을 가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오후 정무위 국감에는 DLF관련 증인들이 다수 출석할 예정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전 KEB하나은행 부행장),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 등이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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