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광고, 한글 자막에서만 ‘80년 전’ 강조
유니클로 “연령에 상관없이 즐긴다는 의미···광고 수정 계획 없어”
서경덕 교수 “정말 의도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돌아올 수 없는 선 넘어”

유니클로 광고 ‘유니클로 후리스 : LOVE & FLEECE’편 화면  / 사진=유투브 캡쳐

일본계 의류기업 유니클로가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겨울용 의류 광고가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유니클로 측은 비하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수정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도한 것이 맞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면서 유니클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19일 유니클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최근 공개한 후리스 광고 영상에는 98세 할머디가 13세 소녀 모델로부터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냐”는 질문에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영어 대화와 제공된 우리말 자막은 할머니의 대답을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의역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니클로가 실제 대사와 달리, 굳이 일제 강점기인 80년 전을 언급한 것을 두고 우리나라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광고와 달리 한국어 광고에서 유독 ‘80년 전’을 특정한 점이 문제가 됐다.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강점기로,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조선인의 강제 징용을 본격화 한 시기다. 많은 조선인 여성들이 위안부로 전선에 동원됐다.

논란에 대해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FRL코리아 측은 “전 세계 공통 광고이고 연령에 상관없이 즐긴다는 주제로 유명 패션인사인 98세 할머니와 13세 소녀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며 “두 모델의 나이차가 80살이 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게 자막 처리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나 한일 관계에 대한 의도는 전혀 없었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현재로서는 광고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100% 의도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누리꾼들이 지적한 데로 한국 광고 자막에만 ‘8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니”’라고 되어 있다는 점이다“며 “이것은 정말 의도된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광고”고 지적했다. 이어 “유니클로는 이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강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 역시 80년이라는 한글 자막과 98세라는 나이, 또 13세라는 나이 모든 것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80년 전에라는 것은 1939년쯤을 말하는데 그때가 위안부 강제 동원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졌을 때이다”며 “또 광고에 나오는 할머니의 나이가 98세인데 이 나이는 지난해 강제징용 판결을 받은 할머니의 나이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징용으로 끌려간 가장 어린 나이가 만으로 13세인데 광고에 나온 여성의 나이다”라며 “유니클로는 의도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보여주는 모든 것들이 암시가 아주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에 대해서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광고 자체가 실패고 그런 광고는 내려야 되는 것이 상식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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