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결함 아니지만 글로벌 리딩기업 책임감 ‘호평’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 당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배터리 소재를 설명하고 있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사진왼쪽). / 사진=삼성SDI
헝가리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 당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배터리 소재를 설명하고 있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사진왼쪽). /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자사 배터리가 장착된 전국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특수소화시스템을 도입하고, 최대 2000억원의 비용부담을 떠안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전 사장의 판단이었다.

삼성SDI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ESS 특수소화시스템 설치 등을 포함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밝혀진 외부 유입 고전압·고전류를 차단하고, 화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특수소화시스템을 ESS에 추가로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 설치된 ESS에 특수소화시스템을 장착하는 비용을 삼성 측이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했다는 부분이다. 연이은 ESS화재로 민관 합동조사가 실시되고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3건의 화재가 재차 발생하면서 올 한 해 ESS 영업활동이 사실 상 중단 돼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금전 부담을 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책임을 진다는 것은 위법한 행동을 한 이에게 부과되는 의무 아니겠느냐”면서 “발화의 원인이 배터리가 아니라고 밝혀진 상황에서 위기에 빠진 국내 ESS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책무와 책임감으로 국내 전 사이트의 안정성 종합 대책 관련 비용을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도 삼성SDI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SS 업체 관계자는 “대책을 발표하는 업체는 있었지만, 책임감만으로 기존 사업자들에 비용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행보는 삼성SDI가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 당시 전영현 사장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위기에 직면한 국내 ESS 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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