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에 증거 제대로 안 준 검찰, 첫 재판서 ‘진땀’···이름도 A·B·C
정경심에 증거 제대로 안 준 검찰, 첫 재판서 ‘진땀’···이름도 A·B·C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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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 위조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 증거 열람·복사 놓고 양측 논박
검찰 “남은 수사 때문에···최대한 빨리 진행해 협조”
판사 “방어권 보장하려면 열람·복사 요청 인용할 수밖에”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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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하면서 증거 관련 ‘목록’만 준 검찰이 첫 재판서 진땀을 뺐다. 변호인 측에 제출된 기록 목록과 증거 목록도 A·B·C형태로 익명처리 돼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는 18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공판이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방법을 논의하는 일종의 ‘사전 공판기일’이다.

하지만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통상적인 재판과 달리 진행됐다. 검찰이 피고인인 정 교수 측에 제대로 된 증거들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교수 측에 기록 목록과 증거 목록만을 제출했을 뿐, 구체적인 증거 내용에 대해서는 열람등사를 해주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미 제출된 목록 중 A·B·C 형태로 익명처리가 돼 있는 것들도 있는 확인됐다. 증거들의 내용 뿐만 아니라 제출 목록의 성격도 파악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이 경우 피고인은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재판장은 “익히 알다시피 공판준비를 위해서는 증거 목록의 내용을 봐야 한다”면서 “목록은 제공한 것 같은데 진술조서가 A·B·C로 돼 있다.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검사는 “기소 당시 수사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비실명으로 했다. 다음 기일까지는 열람등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수사 진행도 빨리 하겠다”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수사가 언제 쯤 끝날 것 같은가.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보통 피고인 측이 증거 열람복사를 신청한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열람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피고인 측은 방어권을 위해 당연히 이를 보장받아야 하는 입장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검사는 수차례 반복적으로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니 다음 기일까지 제공하겠다. 다음기일까지는 (제대로 된) 증거 목록도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힘들다. 다음 기일을 지정해 달라고만 하는 검찰 측 표현이 (걸린다). 준비기일이 지연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또 “진술조서에도 진술자의 이름을 알 수 없게 표기가 돼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더라도 기소한 시점 당시까지 조사됐던 부분까지라도 열람복사를 하게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장은 “검찰 측은 (익명 처리된 부분이) 어떤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줘야 재판부도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열람복사를 모두 허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목록 만이라도 제대로 된 것을 피고인 측에 보여달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마무리까지 증거 공개가 곤란하다고 하는데, 포괄적인 이유 말고 각 증거별로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요청에 따라 최대한 다음 기일을 멀리 잡았다. 통상 3주 후 다음 기일을 잡지만, 수사 상황 등을 고려해 4주 뒤 다음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변호인 측은 2주 안에 제대로된 증거를 열람등사 해줘야 재판준비가 가능하다고 했다.

재판장은 “재판준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검찰 측은 변호인 측에 증거를 제출해 달라.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증거 인부를 해달라”면서 “다음기일에 증인신청,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 그 내용 등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다음 재판준비기일은 11월 15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6일 밤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이다.

당시 검찰은 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기소를 강행한 것을 두고 조 장관의 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받은 시점이 2012년 9월 7일이고,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 교수가 직접 2012년 9월 7일 학교에서 총장 직인을 직접 인주를 묻혀 날인 해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가, 최근 정 교수가 2013년 자신의 컴퓨터로 직접 이미지를 합성해 위조했다는 내용으로 공소사실을 변경해 정리했다.

그러나 조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전원 입학 원서를 제출한 시점은 2014년 6월이다. 만약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성립된다고 가정한다면, 2021년 6월까지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주재한 기자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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