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호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외이도 뼈 제거하면서 피부는 절개 안 해
단순 고막천공만 있는 만성중이염 수술은 1시간 충분···1일 입원 후 정상생활 가능

신승호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설명하는 모습. / 사진=시사저널e
신승호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설명하는 모습. / 사진=시사저널e

“기존 수술 단점을 보완해 진주종을 동반한 만성중이염 환자를 대상으로 외이도 뼈를 제거하면서 외이도 피부는 절개 하지 않는 수술을 집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수술을 받고 재발해 찾아온 환자가 없는 등 좋은 결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신승호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 2월 오픈해 진료를 개시한 병원 의사답게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보이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다.

“오랫동안 귀가 잘 안 들리고 가끔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만성중이염입니다. 만성 중이염은 약물치료로 완치되지 않아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치료만 진행할 경우에는 고름이 일시적으로 멈출 수는 있지만 내성균이 남아 다음에는 약이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약물로는 고막천공도 치료하기 힘듭니다.”

약물치료만 진행하게 되면 귀 안의 염증을 없애 일시적으로 고름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있어도 고막에 천공, 즉 구멍을 없앨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고막에 구멍이 나게 되면 일차적으로 청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고막이 중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구멍이 생기면 그 역할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만성중이염을 완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수술입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무섭고 치료 과정이 오래 걸릴까 두려워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들을 위해 수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성중이염을 크게 나누면 단순 고막천공만 있는 경우와 진주종을 동반한 경우, 진주종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대략 고막천공만 있는 경우가 전체 만성중이염의 50%, 진주종을 동반한 경우와 동반하지 않은 경우가 25%씩 점유한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다. 진주종은 고막 안쪽에 생기는 진주 색깔의 종양을 지칭한다. 진주종은 두개골과 이소골을 파괴하는 종양이다. 최근 진주종 환자 수가 늘고 있다고 신 교수는 밝혔다.

“만성중이염에서 단순 고막 천공만 있고 염증이 없다면 6시간 정도 1일 입원과 1시간가량 수술로 나을 수 있습니다. 원래 수술은 귀 뒤를 6cm 정도 절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술법은 환자가 수술 후 귀 감각의 무뎌짐과 상처 관리 때문에 수술 후 바로 퇴원하기에는 부담입니다. 귓바퀴에 절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귓바퀴를 봉합해야 하고 흉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귀 뒤에 절개를 하지 않고 귀 안으로만 수술을 하면 통증도 훨씬 덜하고 수술 후 자주 병원에 와서 소독을 받을 필요도 없게 된다. 단, 좁은 외이도로만 수술하기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은 고난이도이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이도란 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관을 지칭한다.  

“수술 후에는 1주일, 3주일 후, 3개월 후, 1년 후 4번 정도만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으면 됩니다. 1일 입원 후 바로 정상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간 휴가를 낼 필요도 없고, 재발 위험성도 낮으며 수술비도 적어 환자에게 부담이 덜합니다.”

신 교수가 두 번째로 언급한 것은 만성중이염과 진주종이 같이 있는 경우다. 앞서 단순 고막천공만 있는 경우도 일부 그러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발률이다. 재발이 되면, 1차 수술한 것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경우에 따라 2차, 3차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만성중이염과 진주종이 같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 방법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우선 외이도 뼈를 보존하고 중이염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점은 수술 후 회복 기간이 짧고, 귀 안이 생리적이며 귓구멍을 크게 만들지 않아도 돼 미관상 좋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재발이 흔하다는 것이죠. 재발률은 25%에서 40% 정도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외이도를 없애는 수술이 있다. 장점은 재발이 훨씬 덜 발생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에 따르면 재발률은 10% 안팎이다. 하지만 이 수술법도 수술 후 3개월 이상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귓구멍을 크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미용적으로 보기가 좋지 않다.

“이 두 가지 수술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외이도 뼈를 제거하면서 외이도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수술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국내에서 몇 명만이 이 수술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식 수술 명칭은 ‘유양돌기 삭개술 및 연부외이도 재건’입니다.”

보통 외이도 뼈를 없애면 재발률은 낮아지지만, 피부가 모자라 새로운 피부가 생성되는데 오래 시간이 걸려 귀에서 진물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외이도 피부에 절개를 하지 않고 구멍 난 외이도만 근막으로 막아주면 외이도 피부가 원래 위치에 있으면서 연부외이도가 형성된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수술 후 고름이 장기간 나오지 않고 재발률도 낮습니다. 외이도 입구를 크게 만들지 않아도 되며, 수술 후 장기간 상처 소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서 두 가지 수술법 장점만을 갖는 훌륭한 수술법으로, 환자들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외이도 뼈를 제거하면서도 외이도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 재발률을 낮추고 다른 2가지 수술 장점을 합친 방법이라는 점은 이해가 갔다. 이에 환자들 만족도가 실제 얼마나 높은 지 질문을 던져봤다.  

“제가 1주일에 2-3건 만성중이염 수술을 하니 1년에만 150여건 수술을 하는 셈입니다. 지난 2011년부터 제가 진행한 ‘유양돌기 삭개술 및 연부외이도 재건’ 수술을 받은 환자 100여명 중 진주종 재발이 돼서 저를 찾아온 환자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참고로 만성중이염 유병률은 2.2%다. 100명 중 2.2명이 경험하는 질환인 것이다. 평상시 건강한 사람도 결코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병이다. 이중 진주종은 1/4 가량을 점유한다. 

“지난 2011년 국제학회에 참석해 새로운 수술법을 연구한 후 바로 귀국해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일부 증명하지만 수술 후 6개월에 한 번의 추적 관찰은 꼭 필요합니다. 물론 만성중이염 발병 전 평상시 귀의 건강에 신경 쓰는 생활습관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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