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 아닌 건넨 입장인 까닭에 액수 많아도 집행유예 나올 수 있어
죗값 무거운 ‘횡령’ 혐의가 관건···개인적으로 직접 유용한 것 아니란 점 등 때문에 작량감경 가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연합뉴스

최순실에게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신동빈 롯데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되자 비슷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부회장의 경우 신 회장과 법적 상황이 다르고 뇌물보다 횡령 혐의가 형량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7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뇌물공여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신동빈 회장을 강요 피해자가 아니라, 뇌물 공여자로 봤지만 양형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일각에선 뇌물액수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신 회장의 집행유예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을 비교하지만 애초에 두 사람의 대법원 판결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법리오해 및 채증 법칙 위반 등만 판단한다.

강신업 변호사는 “신동빈 재판부는 이미 원심에서 뇌물과 관련 유죄판결을 받아 집행유예가 나온 부분 자체를 건드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한 재계 인사 역시 “(신동빈 부회장의 집행유예는)사실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 부회장의 전원합의체 경우는 단지 원심에서 말 소유권에 대한 법리오해가 있었다고 판단해서 파기 환송을 시킨 것이다. 이 부회장의 전원합의체는 정확히 말하면 판결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법리오해 등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고 해당 건을 되돌려 보낸 것 뿐이다. 일각에선 차라리 이 부회장의 경우에도 2심에서 말 3마리 부분에 대해 뇌물임을 인정받고 집행유예를 받았다면 판결이 다르게 나왔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이 부회장의 운명은 파기환송심에서 갈리게 된다. 뇌물액수 70억원을 인정받고도 집행유예를 받은 신 회장처럼 이 부회장의 경우도 비슷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느냐는 전망이 있지만 이 부회장의 형량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는 ‘횡령’이라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뇌물죄는 받는 경우와 달리 주는 경우엔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아 죗값을 크게 매기지 않는다. 뇌물액수가 70억원이든 86억원이든 집행유예가 충분히 가능한 이유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관건은 횡령과 관련한 부분이다. 뇌물로 인정된 액수가 삼성 자금이라 횡령액수로도 적용되는데,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뇌물을 받은 입장이 아니라 공여한 이 부회장 입장에선 결국 86억원이라는 뇌물액수보다, 횡령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더욱 결정적일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작량감경, 즉 판사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 받아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이 부회장이 해당 과정에서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 했거나 특혜를 입은 부분이 사실상 불분명하다는 점이 관건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횡령혐의가 있지만 본인이 직접 사용한 게 아니란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경제위기 속 삼성의 역할이 강조되는 현 상황과, 비슷한 뇌물액수에도 집행유예를 받은 신동빈 부회장 판결 등도 이 부회장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작량감경을 통해 이 부회장이 최대한 줄여 받을 수 있는 형량은 2년 6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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