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 발언, 거센 후폭풍···시장 혼란 등 고려한 신중 발언 필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월 임명 당시부터 ‘소통’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솔직한 화법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인해 기획재정부 국장과 수출입은행장 시절에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은행장 임명 후 나흘이나 출근을 저지했던 수은 노조가 지난 2월 은 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사례만 보더라도 그 소통 능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시절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처리 ▲키코사태 ▲특별사법경찰 도입 ▲금감원 예산삭감 등의 문제로 심한 갈등을 이어왔다. 은 위원장이 소통 능력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은 위원장은 임명 후 거침없고 솔직한 표현들로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수행원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취재진들의 질문을 모두 받은 후 자리를 빠져나가는가 하면 행사에서 ‘모두 발언’을 읽다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20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현장간담회 자리에서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햇살론 등 서민금융 상품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나도 공부하지 않으면 헷갈릴 정도”라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은 위원장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불평 아닌 불평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은 위원장의 지나친 솔직함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수은 행장과는 달리 금융위원장은 금융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 여파를 생각해 신중하게 발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10일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며 “안전한 상품인지 판단하고 투자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상품 투자에 대한 본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공짜 점심’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대규모 손실을 야기했던 은행권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의 피해자를 겨냥한 말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고 피해자들은 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금융위가 “특정 대상을 겨냥한 말이 아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그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DLF·DLS피해자대책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은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발언 역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위원장의 발언 한마디에 시장이 침체되고 수년간 진행해 온 모험자본,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의 효과가 사라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에 대한 규제 강화를 대외적으로 선언하기 보다는 문제가 되는 주체를 처벌하는 것에 집중해야될 때도 있다.

한국의 통화정책을 이끄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개인의 생각을 최대한 자제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6년째 한은 총재를 맡아오며 본인의 발언이 시장의 미치는 파급력을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시장의 혼란은 최소화된다.

물론 통화정책과 행정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금융위원장의 영향력이 작은 것은 결코 아니다. 은 위원장의 발언에는 시장 궁금증 해소와 혼란 가능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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