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간 상호 비방전 난무···‘클린수주’ 공염불

2017년 여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건설사들은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현장에서는 온갖 비리와 비방전이 난무했다. 단지에 들어서면 건설사들이 제공한 굴비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 정도였다.

당시 과도한 홍보행위들은 많은 사회적 논란을 몰고 왔다. 이에 따라 수주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건설사들은 ‘클린수주’를 내세우며 투명한 수주 경쟁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한남뉴타운3구역’(한남3구역)에서는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2년 전 상황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남3구역은 공사비만 1조8880억에 달해 하반기 재개발 사업 최대어로 불린다. 특히 1조원이 넘는 정비사업장이 등장한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이후 2년 만이다. 아울러 한남3구역을 수주하는 건설사는 향후 한남2·4·5구역 시공사 선정과 한강 바로 건너편 압구정 재건축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건설사들이 이번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조합은 18일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12월 15일 총회에서 조합원 투표를 통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세 건설사가 적극적인 입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합은 입찰 전 건설사들에 상호 비방보다는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안해 공정하게 경쟁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OS(outsourcing·홍보전담 인력)를 이용한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한남3구역에서는 ‘재건축 사기극 현대건설’이라든지 ‘부실기업 GS건설’, ‘묻지마 수주 대림산업’ 등의 내용이 담긴 비방용 전단지가 조합원들에게 배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들의 외친 ‘클린수주’는 결국 공염불이 된 셈이다.

건설사들이 스스로 자성하지 못하는 만큼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공사 선택을 앞둔 조합원들 입장에선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열 경쟁으로 인한 비용이 사업비에 고스란히 추가돼 건축비 상승이나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어 조합원들의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건설사와 OS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과열 경쟁에 대한 중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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