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시장 연간 7%씩 성장···지구인컴퍼니, 특허기술로 만든 100% 식물성고기 ‘언리미트’로 국내외 시장 도전
직화구이, 향이나 맛이 기존 고기에 버금··· 갈비 만두나 불고기는 고기 맛이 겉도는 느낌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외식공간 다이닝포레스트에서 열린 국내산 곡물로 만든 고기 제품 ‘언리미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외식공간 다이닝포레스트에서 열린 국내산 곡물로 만든 고기 제품 ‘언리미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국내 농산물 생산량 연간 680만톤 중 60%는 곡물에서 재고가 발생된다. 남은 곡물은 정부가 소비하거나 선식, 요거트 음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미국에서 대체 육류가 연간 7.2%씩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혁신적인 대체 육류 제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17일 서울 서초구 외식공간 다이닝포레스트에서 열린 국내산 곡물로 만든 고기 제품 ‘언리미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육류 소비는 증가하고 곡물과 채소 소비는 줄어드는 추세인 가운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줄 수 있는 대체 육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구인컴퍼니는 판매가치가 떨어지는 못생긴 농산물을 재가공해 제품을 만들어 농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스타트업이다. 지구인컴퍼니가 그간 재소비한 농산물은 1020톤으로, 연간 폐기처리비용 2400만원을 아꼈다. 또 13개 농가가 농산물 및 곡물 재고를 소진할 수 있게 됐다.

민 대표는 “지구인컴퍼니는 국내 기술력으로는 처음으로 곡물을 사용한 100% 식물성고기 언리미트를 내놓으려고 한다”라며 “현미, 귀리, 견과류로 만들어진 언리미트는 단백질 성형 압축술이라는 특허기술로 만들어진다. 곡물을 먹고 자라는 소는 성장환경, 도축과정에서 광우병 등 위험 요소가 생긴다. 이 중간과정을 없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리미트를 국내와 해외 박람회에 선보인 결과 고기를 먹은 관람객 80%는 식물성고기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기존 육류와 거의 유사하다는 얘기”라며 “언리미트는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가벼운 식사를 원하는 육식주의자 타깃으로 한 식물성 고기다”고 덧붙였다.

지구인컴퍼니는 언리미트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국내 기업 ‘풀무원’과 손을 잡고 미국 시장 진출에 진출할 계획이다. 인도와 방콕 등 여러 나라의 샘플 수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지구인컴퍼니는 미국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5개 투자사에서 40억원을 유치했다. 투자액은 식물성고기의 R&D를 고도화하고,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쓰인다.

◇ 맛‧질감 직화구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식으면 맛 떨어지는 게 단점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언리미트로 만들어진 도시락이 제공됐다. 만두, 직화구이, 버섯불고기, 육전, 또띠아 등 언리미트를 활용한 요리들이 도시락을 채웠다. 만두소에도 식물성 고기가 사용됐다. 생김새로는 우리가 아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지구인컴퍼니가 제공한 국내산 곡물로 만든 고기 제품 ‘언리미트’ 도시락. / 사진=차여경 기자
지구인컴퍼니가 제공한 국내산 곡물로 만든 고기 제품 ‘언리미트’ 도시락. / 사진=차여경 기자

기자는 채식 주의자도, 육식 주의자도 아닌 평범한 잡식 주의자다. 어릴 때 한 채식당에서 ‘콩고기’를 먹고난 후 대체육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직화구이를 먹자마자 조금 놀랐다. 곡물로 만들어진 고기라기엔 향이나 맛이 기존 고기에 버금갔다. 다만 질감 자체는 소고기보다 부드럽다. 몇 번 씹으면 금세 잘게 부서진다. 또띠아, 육전 등 이 식물성고기를 활용한 요리들도 훌륭했다.

다만 갈비 만두나 불고기의 경우 살짝 아쉬웠다. 도시락 양이 많아 조금 식은 뒤 맛을 본 탓일까. 갈비 만두나 불고기 모두 간이 센 음식이라 고기 맛이 겉도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식물성 고기의 장점은 소화가 잘된다는 것이었다. 기자처럼 위염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안다. 육류 고기를 많이 먹으면 속이 부대낀다. 하지만 도시락을 먹고 난 뒤 3시간이 지났음에도 부대끼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언리미트 자체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화가 쉬웠다.

한편 업계에서는 대체 고기 시장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등 대체고기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설문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류 시장은 2023년까지 60억달러(약 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교수는 “대체 단백질 시장이 커지고 있다. 건강의 이유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진 새로운 소비계층이 생겨나면서 대체 육류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체 요거트, 대체 우유, 대체 치즈, 대체 육류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대체육류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고기와 비슷하게 개발하거나,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만드는 두 가지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하며 제품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외에서 (대체육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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