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도래해도 기존 내연차 업계의 시장지배력 여전할 전망
완성차 한계 느낀 中의 태세 전환···현대차도 전기·수소차 확대 준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독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다이슨(Dyson)이 전기차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이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이슨의 포기로 일각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완성차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유관업계의 해석이다.

1993년 제임스 다이슨이 설립한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군림해 온 곳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를 비롯해 △무선청소기 △무선 헤어드라이어 등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이곳은 지난 2016년 25억달러(약 3조6500억원)을 투입해 양산형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공헌했고, 그간의 행보로 인해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직원들에 직접 편지를 보내 포기 의사를 드러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은 수익성이었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고 빼어난 디자인으로 혁신의 아이콘이 됐지만, 전기차에 있어선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관련 시장이 위축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불거졌지만, 업계에서는 완성차 시장 진입의 장벽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라는 반응이다.

우려가 증폭된 배경에는 다이슨의 전기차 포기 소식에 앞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보고서가 자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글로벌 75개국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이 7.0GWh(기가와트시)를 나타냈는데, 7.9GWh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감소한 결과기 때문이었다. 2017년 1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사용량 감소세를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기차 사용량 감소와 더불어 다이슨의 프로젝트 포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시장의 위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등장하게 된 셈이다. 다만 완성차·배터리 등 유관업종 관계자들은 일제히 “과잉해석”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용량 감소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지대하며, 다이슨의 사업 포기도 자체적인 한계점이 주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다이슨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것은 관련 시장이 팽창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결국 양산 과정에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았고, 제품 가격을 올리면 다른 전기차와 경쟁력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데 공감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을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자동차시장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라 덧붙였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판매는 대폭 둔화된 반면, 전기차는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존 내연엔진과 전기차 배터리를 동시에 장착한 자동차를 일컫는데, ‘내연차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과도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 하더라도 기존 완성차 브랜드들의 점유율도 여전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순수전기차 업계 1위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해 25만대의 판매고를 올려 이 부문 1위를 고수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직전 해 대비 146.9%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나, 완성차 업계들이 본격 양산에 뛰어들 경우 자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가 우수한 성능을 갖춤과 동시에 디자인 면에서도 호평을 이끌어 냄으로서 프리미엄이 붙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그간 기존 완성차 업계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력해 왔는데, 향후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가면 테슬라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가 차세대 오늘날까지 반도체가 그랬던 것처럼 특정 기업을 넘어 국가적 미래먹거리로 분류되는 까닭은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면서 “결국 팽창은 완성차 업체들의 기존 내연차 생산라인에서 전기차가 생산되면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체적인 전기차 시장이 성장해도 테슬라의 판매량 확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도, 다이슨이 개발엔 완성했지만 가격경쟁력을 놓고 고심하다 판매를 접은 까닭도 결국 이유는 같다”면서 “내연차든 전기차든 자동차 연료원이 달라졌을 뿐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기존 완성차 업계며, 결국 그 진입문턱이 높음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완성차 업계의 높은 진입장벽은 중국도 쉬이 넘지 못한 바 있다. 중앙 정부의 지원아래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중국자동차 제작에 나섰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격차를 유지한 채 브랜드가치 제고마저 실패하면서 그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방대한 내수시장 덕에 중국 자동차업계가 지탱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방향을 전환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 것에 대비해 보조금 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애써왔다. 동시에 내수전기차 시장을 키웠고, 전기차 제작업체 및 전기차 배터리 등 부품사 양성에 주력해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8월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을 보면 상위 10개사 중 1위 CATL을 포함해 5개가 중국 업체다.

한편, 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 등 12개 완성차 브랜드 라인을 갖춘 폭스바겐그룹은 2028년까지 총 100종, 2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미래차 국가비전’에 발맞춰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신차 판매비중을 33%까지 끌어올려, 친환경·미래차에서 세계시장 경쟁력 1위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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