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확인한 복지부, 조만간 검토 개시···가격·급여 조정 등 경우의 수 많아, 속단은 일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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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재평가에 제약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평가 시행을 결정한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다. 단, 재평가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며, 평가 결과에 따라 가격 조정이나 급여 조정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예상돼 현 단계에서 섣부른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17일 복지부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재평가 방침을 결정하고, 조만간 본격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뇌기능 개선제다. 뇌신경 손상으로 저하된 신경전달 기능을 정상화하고, 손상된 뇌세포에 직접 작용해 신경세포 기능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국내에서는 연간 시장 규모가 2700억원대로 추산된다. 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같은 복지부 방침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효능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등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남인순 의원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와 같이 효과성이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이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콜린알포 제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효능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하고,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남 의원은 “콜린알포는 이탈리아에서 개발돼 1989년 판매를 시작했지만 뇌대사개선제에 대한 효능에 논란이 제기돼 왔다”면서 “미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했고, 올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인지능력 개선’ 등을 언급하며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것처럼 광고한 회사에 환자를 호도했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를 취했으며, 일본은 1999년부터 관련 약제 효과가 의심스럽다며 대대적 재평가를 시행해 퇴출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기능 개선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적지 않은 치매 환자들에게 처방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복지위 김명연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의약품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에게 총 151만5000여건 처방됐다. 

지난 2014년 기준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24만7000명 중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처방 받은 환자는 4만명(16%)에 달했다. 이 수치는 매년 급증해 지난해에는 치매환자 40만9000명 중 10만8000명(26.3%)에게 투여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치매 환자 4명 중 1명에게 처방된 셈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도 지난 4월 “글리아티린은 미국에서 건기식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복지부도 임상적 유용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전문의약품 지위 박탈과 급여의약품 삭제를 요청했다. 이같은 요청에도 복지부와 심평원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건약은 지난 8월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 관리 직무 유기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이처럼 정치권 등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효능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제제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복지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대로 연간 매출규모가 2700억원대로 추산되는 관련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에 따르면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티민’과 종근당의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국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시장의 양대 축이다. 글리아티민은 연매출이 600억원대 품목으로 알려졌다. 종근당 글리아티린의 지난해 매출은 528억여원으로 확인된다. 이어 유한양행 알포아티린과 프라임제약 그리아, 대원제약 알포클린, 제일약품 글리틴(무순) 등 품목이 시장 상위권을 점유하는 추세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복지부가 곧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재평가 착수를 위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 진행은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논란이 일었던 1회용 점안제 재평가도 검토 기간을 합쳐 1년여 시간이 소요됐는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검토할 내용이 적지 않아 더 많은 기간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약가 조정을 목표로 진행한 1회용 점안제 재평가도 사전 검토와 재평가, 이후 소송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내용의 복잡성으로 따지면 점안제의 두 배는 족히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로선 재평가 결과에 대한 경우의 수도 다양하게 예상된다. 일단 1회용 점안제 사례와 유사한 가격 조정이나 급여 조정 등 방안을 전망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 거론하는 의약품 자격 박탈이나 건기식으로 전환 등도 가능성을 완전하게 배제할 수 없다. 단, 의약품 자격 박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업무이기 때문에 복지부와 식약처 논의 등 수많은 단계와 작업이 전망된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재평가 기간은 사전 검토 등을 모두 합쳐 최소 1년에서 1년 반을 넘어 최대 2년까지도 예상된다”며 “평가 결과에 대한 속단은 이르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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