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청탁” 70억 뇌물공여 유죄···능동성 여부는 심리대상 아냐
‘고령·치매’ 신격호도 징역 3년 확정···집행 가능성 ‘작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및 경영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 받았다. ‘양형 논란’을 낳았던 국정농단 관련 뇌물죄 혐의와 관련된 뇌물의 성격 부분은 법리심인 대법원에서 심리되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7일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각종 조세포탈 및 횡령 배임과 관련된 ‘경영비리’ 사건으로 각각 기소됐는데, 두 사건은 2심에서 병합돼 이날 함께 선고됐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1심에서 징역 2년6월,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가, 병합된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의 법리에 따라 검토한 결과 원심의 유죄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뇌물 성격’ 판단 갈렸던 제3자뇌물공여···불리한 양형 조정 없어

대법원은 특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제3자뇌물죄 혐의와 관련해 신 회장이 ‘강요에 따른 피해자’가 아니라 ‘뇌물공여자’임을 분명히 밝혔다.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롯데면세점 사업권을 재승인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것에 대해 ‘묵시적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원심이 옳다고 본 것이다.

다만 하급심 양형판단에 영향을 미쳤던 뇌물의 능동성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혐의에 대해서는 신 회장만 무죄 취지로 상고했을 뿐, 검찰은 상고하지 못했다. 형사소송법상 양형 부당의 이유로 상고가 가능한 경우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인데, 신 회장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뇌물공여의 능동성 여부가 양형에 큰 영향을 줬더라면 검사가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를 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신격호도 ‘징역 3년’ 실형 확정···‘고령·중증치매’ 형집행 어려울 듯

대법원은 또 경영비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명예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서미경씨 등에 대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신 명예회장의 경우 1·2심에서 모두 실형(징역 4년→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신 명예회장에 대한 형을 집행할지는 미지수다. 신 명예회장이 97세의 고령이고 중증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판결은 법원이 내리지만, 형집행정지는 검사장의 허가를 받은 검사의 권한이다.

형사소송법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여지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형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유로는 ▲형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연령 70세 이상인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서미경씨에겐 무죄가 확정됐다.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11억9700여만원을 확정받았다.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대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 등 롯데 전·현직 임원들도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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