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측 “구조안전성 평가서 B등급 이상 받은 안전진단 결과로 별도의 안전진단 없이 수직증축 리모델링 가능”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검토한다. / 그래피=조현경 디자이너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검토한다. / 그래피=조현경 디자이너

 

 

총 122개동 5540세대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평가 단계에서 유지보수 판정을 받으며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가운데, 구조안전성 점수가 높아 뜻밖에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반전이 생겼다. 이에 따라 이 단지 재건축 추진위는 송파구청에 재건축 안전진단 낙방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함과 동시에 리모델링 추진을 동시에 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계획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이번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셈이 됐다. 당초 추진위는 재건축 진행을 위해 정밀안전진단을 받았는데 최종 60.24점으로 C등급을 받으며 ‘유지보수’ 판정을 받았다. 재건축이 가능하려면 D 또는 E등급이 돼야 한다. 이 단지가 안전진단에서 걸림돌이 된 평가 항목은 구조안전성 부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구조안정성 비중을 높였는데,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는 해당 항목에서 성능점수 81.91점(B등급)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구조안전성 평가에서는 세부평가항목인 ▲건물 기울기 ▲기초 및 지반 침하 ▲내력비 ▲기초 내력비 ▲처짐 ▲내구성 등에서 모두 B등급 이상을 받으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추진위 측에 따르면 올림픽 선수촌은 이 조건을 모두 갖췄다. 게다가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면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그대로 리모델링에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 결국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이번 안전진단 결과를 통해 재건축 추진에 고배를 마시게 됐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에는 통과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재건축 추진위 측은 송파구청에 지나치게 높은 점수가 나온 구조안전성 부문 이의제기를 통해 계속 대응해나가며 재건축을 추진해 나가되, 한편으로는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리모델링 사업의 안전진단을 통과하게 된 만큼 이 부분 역시 검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꿩 대신 닭 격으로 오래된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갈아치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다만 리모델링 사업이 순탄히 이뤄질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리모델링은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겹겹이 더해지는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기간이 짧고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재건축 대비 사례가 많지 않은데다 골조는 남겨둔채 고쳐짓는 형태이기 때문에 구조변화 등 구조 등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크다. 이 같은 이유로 벌써부터 5500세대가 넘는 대단지에선 주민 의견 합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강화한 안전강화 기준을 문제 삼기도 한다. 정부는 재건축 시장이 주택시장 투기의 불쏘시개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우려해 올해 초부터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며 통과 문턱을 높였다. 이번 안전진단결과에서 구조안정성 점수가 80점 이상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도 재건축 진행을 늦추려는 정부의 입장에 맞춘 정성평가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나온다. 실제 이달 들어서만 서울 재건축 시장의 잠룡으로 꼽히는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 아파트, 일명 ‘미미삼(미성, 미륭, 삼호3차)’ 등이 줄줄이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낙방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현재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사업장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안전진단이 진행 중인 단지로는 양천구 목동 6단지, 9단지, 13단지 등이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해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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