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 열람 복사 거부···증거목록만 제출
“수사 마무리 후 주겠다” 해명···공소장 변경도 아직 안 돼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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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한 검찰이 증거는 보여주지 않으면서, 정 교수 측이 재판 연기를 신청하자 덩달아 기일변경 신청서를 냈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피의자소환조차 없이 정 교수를 기소했던 검찰은 재판지연의 원인까지 제공하면서 재차 ‘부실기소’를 인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관련 수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증거를 보여주고 공소장도 변경하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16일 밤 정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에 기일변경 신청서를 냈다.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당초 18일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었다.

검찰은 이미 기소한 사문서위조 혐의 이외에도 위조된 표창장을 딸 조아무개씨의 대학원 입시 등에 사용한 혐의(위조사문서행사) 등 관련된 범죄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를 신청 이유로 들었다.

문서위조죄의 경우 행사죄와 ‘세트’로 기소한다는 점에서, 검찰이 지난달 6일 정 교수를 기소할 당시에는 표창장 위조와 행사 행위가 발생한 시점과 범행 방법을 특정하지 못한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기소를 강행한 것을 두고 조 장관의 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받은 시점이 2012년 9월 7일이고,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전원 입학 원서를 제출한 시점은 2014년 6월이다. 만약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성립된다고 가정한다면, 2021년 6월까지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조 장관 낙마를 겨냥해 정치적 기소를 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실제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 교수가 직접 2012년 9월 7일 학교에서 총장 직인을 직접 인주를 묻혀 날인 해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가, 최근 정 교수가 2013년 자신의 컴퓨터로 직접 이미지를 합성해 위조했다는 내용으로 공소사실 변경해 정리했다. ‘공소시효’ 때문에 기소했다는 해명을 스스로 깬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동양대 표창장 부분은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기소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판 연기 신청은 정 교수 측이 먼저 했다. 검찰이 사건기록 열람·복사를 허용해주지 않아 재판 준비를 충분히 못 하겠다며 지난 8일 재판부에 기일변경을 요청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수사기록 열람·복사를 허용해달라고 법원에 별도로 신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록 목록과 증거 목록은 변호인 측에 제출이 됐고, 구체적 증거기록에 대해선 열람 등사를 안 해주고 있다”면서 “공범에 대한 수사 진행 중이라 형소법에 따라 관련 사건 수사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등사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소장 변경도 아직 하지 않았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하겠다”면서 “공판기일 연기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 결정도 살펴보겠다”라고 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관행 개선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 교수 사례를 거론하며 “공통으로 일어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허 수석대변인은 “피고인이 적절한 방어를 하려면 수사기록을 봐야 하지만 기소 전 수사기록을 볼 수가 없다. 수사기관에서 기록 열람·복사를 거부하기 일쑤”라며 “지난해에 수기로 조사 내용을 기록하는 게 가능하게 돼 있는데, 여전히 설문해보니 일선 청에 전파가 안 됐는지 변호인의 조사 기록 자체를 막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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