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적자 폭 커지는 쿠팡, 추가 자금 수혈 없으면 계속기업 명맥 유지 힘들어
비전펀드 투자 기업 최근 주가 흐름 심상치 않아···투자 후순위로 알려진 쿠팡에도 영향 미칠 듯
쿠팡 '2020년 나스닥 상장설'··· 워시 이사 미국 내 네트워크 어떻게든 활용할 것으로 보여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아마존··· M&A 통해 빠르게 시장점령하는 방법 쓸 것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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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지난 9일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사를 새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쿠팡은 적자 폭이 매년 커지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수혈이 없으면 계속기업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제 및 금융 분야 전문가인 워시 이사의 영입이 쿠팡의 향후에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전펀드 또 투자할까?

쿠팡은 매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1조원대까지 솟은 적자 규모는 쿠팡의 골칫거리다. 최근 5년간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하지만 쿠팡을 향한 시선이 그리 나쁘지 않은 이유는 쿠팡의 성장성과 뒤에 버티고 있는 일명 ‘손정의 자금’으로 불리는 비전펀드 때문이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운용하는 비전펀드로부터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3400억원)의 추가투자를 받았다. 손정의 비전펀드가 지금까지 쿠팡에 투자한 금액만 총 30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3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최근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비전펀드의 위기론도 덩달아 불거져 나왔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슬랙의 주가는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고,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상장(IPO)이 연기되기도 했다. 상장을 통해 자금 수혈을 받기 마련인데, 이 계획이 원활하게 안 될 경우 이들 기업에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있어야 한다. 만약 비전펀드가 쿠팡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면, 글로벌기업들의 상장연기가 쿠팡에 대한 추가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스닥 입성?

쿠팡은 오래전부터 상장에 대한 계획을 밝혀왔다. 다만 그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스닥 상장설이 업계 내에서 돌고 있다. 업계는 쿠팡이 나스닥에 입성 조건도 어느정도 갖췄다고 본다. 나스닥은 여러 재무, 유동성 조건 외에 3년간 연평균 6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야 한다.

업계는 이번 워시 이사의 영입을 나스닥 상장과 연관해 보는 시선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미국 내 경제, 금융 네트워크를 어떻게든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2020년) 나스닥 상장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워시 이상의 영입은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IPO에 대한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 매각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워시 이사의 영입으로 쿠팡의 아마존 매각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아마존이 아직 국내에는 이렇다 할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아, 사업모델이 비슷한 쿠팡의 매각 가능성이 워시이사의 영입으로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워시 이사는 모건스탠리에서 7년간 기업 M&A 부사장 및 총괄임원으로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상대로 자문 제공역을 맡았었다.

국내 온라인사장이 매년 급속도로 커지고 있고 쿠팡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형국에서 아마존이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M&A 없이 맨발로 들어오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다는 해석이 많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이나 중국 시장이 더 크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국내에 진출한다면 M&A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점령하는 방법을 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를 넓히는 이유가 아마존이 아직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점도 한몫 한다고 본다. 아마존 인수를 엑시트 전략으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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