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공급 유형 늘려 다양한 주거계층 혜택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돼야

 

서울 청약시장 당첨가점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한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한 사업장의 평균 당첨가점은 48점이다. 그런데 근래 2~3달 사이에 청약일정을 진행한 사업장들은 60점은 기본이다. 70점에 육박하는 평균가점은 물론 강남의 인기사업장 내 선호도 높은 타입에서는 가점 만점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새 아파트 수요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청약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강남은 물론 강북지역의 비선호 브랜드 사업장까지도 가점이 단숨에 껑충 뛴 것이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든 분양가상한제 카드는 신축 아파트 희소성을 부각시키며 로또 청약이란 수식어까지 붙여준 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당장 계약금, 중도금을 마련하기도 어렵지만 설령 준비한다 해도 가점이 부족해 청약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들 사이에선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져도 오르지도 못할 나무라는 패배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3040세대의 청약 패배감은 국토교통부가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4㎡ 이하 중소형 면적에 대한 100% 가점제를 시행한다는 정책 변경의 허점에서 비롯됐다. 청약점수는 무주택 기간(32점 만점), 부양가족 수(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만점) 등 84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60점을 넘으려면 무주택 기간(32점)과 청약통장 보유기간(17점)이 15년 이상에 부양가족도 2명 이상이어야 한다. 평균 당첨 가점 60점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 분양 단지들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3040세대 수요자들이 청약 시장에서 설 자리가 사실상 없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가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위해 집 값을 잡겠다고 시장을 건드릴수록 역설적이게도 부양 가구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아 오를 시도조차 못 하는 실수요자들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한 지인은 올 상반기 서울의 한 지역에 약 25년 된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 오름세를 보였다면 서울에 집을 사는 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진작 산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베란다도 확장이 안 돼 있고 주택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체리색 몰딩에 난잡한 집구조이다. 깨끗한 신축 아파트는 아니지만 그나마 서울에서 출퇴근이라도 가능하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적지 않은 30대, 40대 가구는 청약당첨도 어렵고 집값도 높다보니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한다는 건 꿈도 못 꾼다.

청약 당첨확률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이들을 위해 특별공급 유형을 늘려 신혼부부 특별공급 이외의 3040 세대도 청약 혜택 및 당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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