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전국적으로 문화행사가 많은 달이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영화제가 부쩍 늘었다. 경쟁적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대형 영화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영화제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인권, 환경,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비상업영화및,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주제의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가히 영화제 춘추전국 시대다.

120억 예산의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필두로 20-30억 내외의 전주국제영화제(J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FF),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국제 청소년 영화제(SIYFF), DMZ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와, 최근 창립한 울주산악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충무로뮤지컬영화제등에 강릉국제영화제, 울산국제환경영화제 등이 신설을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도 초단편영화제, 서울 미쟝센 단편영화제(MSFF) 등 단편영화제도 부지기수다.

국내에 유독 영화제가 많은 이유는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가져와 상영하는 편리성에, 선출직 단체장이나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의 치적이나 얼굴을 알리는 홍보의 장(場)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민선 지자체가 출범한 뒤 부쩍 늘어난 영화제의 수가 이를 입증한다.

영화가 갖는 대중성과 전시효과도 한 몫 한다. 오락차원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장 즐기는 것이 영화관람이고,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타들이 출연하는 영화만큼 전시효과가 큰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제라면 응당있어야 할 영화제의 꽃인 배우와 감독의 참석은 쉽지 않다. 성공했다는 부산영화제조차도 ‘스타들 모셔오기’ 가 하늘에 별따기이니 다른 영화제는 말 할 것도 없다.

우후죽순으로 양산되는 영화제는 영화제의 특성과 개성을 무시한다. 영화제의 컨셉 및 주제가 중복되고 비슷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환경’을 내세운 영화제의 경우, 15회째 열리고 있는 서울환경영화제와 11년째의 창원환경영화제에, 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넓은 의미의 환경주제로 분류될 수 있는데, 여기에 새로 생길 울산국제환경영화제까지 보태지면서 영화제가 차별화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인권’‘여성’을 테마로 한 영화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화관계자 입장에선 영화제의 신설은 다다익선(多多益善) 이다.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상관련 전공자들이 모두 제작현장과 배급 유통업계에 갈수 없는 환경에서 각종 영화제는 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영화제 특성상 마케팅과 홍보성격이 강해 상대적으로 섬세함이 장기인 여성들에겐 꽤 괜찮은 보직이다.

하지만 영화제 대부분은 일정부분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 지자체 예산역시 주민들의 세금이다. (국내서 가장 큰 영화제인 부산영화제의 경우 60%정도를 부산시가 부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제등 지역 축제는 모름지기 주민들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것이 목적인데 영화제는 주민들이 참여도가 높은 다른 문화 축제와는 달리 지자체의 전시효과 성격이 강한 게 사실이다.

국내 영화제들은 개성을 찾아야 한다. 지역의 대표 축제가 되려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비슷한 문화행사를 통합한 다른 축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좋을 듯하다. 이미 전국 일부 지역은 지역축제를 절반 가까이를 통합했다. 가락문화제와 가야세계문화축전을 가야문화축제로 통합한 김해시, 5개의 소규모 축제를 순천만 갈대축제로 합친 전남 순천시 등의 사례가 그것이다.

지자체는 지역정체성을 고려해 영화제를 개최해야 한다. 영화제 개최의 타당성 조사도 없이 ‘남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은 전시행정만을 부추길 뿐이고 결국 실패한다. 부산영화제가 성공한 이후 지자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영화제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영화제는 주민들의 동의와 지역축제로서의 합리적인 타당성이 먼저 전제돼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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