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의원 “법무부, 7년간 검사 블랙리스트 작성···정치적 의도 의심” 주장
박지원, 2014년 대검 국감에서 같은 지적···“공개요구 했으나 열람만 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열린 국회 정개특위 정치개혁제1소위에서 김종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전 열린 국회 정개특위 정치개혁제1소위에서 김종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비공개 내규를 만들어 7년간 ‘검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이 블랙리스트의 직접적인 피해자라며 “그 시절 참 살벌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비공개 내규를 통해 7년간 검사들을 상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인사 등에 반영했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지침은 ▲평소 행실 등에 비춰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자 ▲업무 관련 법령이나 지침 등을 위반한 자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자 ▲동료 검사나 직원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자 ▲기타 사유로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 등을 관리대상으로 지정, 명단을 작성해 대검찰청이 감찰하도록 규정했다.

집중관리 검사 명단은 법무부 검찰국장을 포함해 3명만 볼 수 있고, 법무부 장관과 차관은 보고받지도 않는다.

이 행정규칙은 직무역량이 떨어지는 검사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의원은 “해당 예규가 2012년 6월29일 대통령 선거를 반년 앞두고 제정됐는데,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관리한 것인지, 정치적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변화와 희망의 대안신당 소속 의원도 2014년 법사위 질의에서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박 의원은 2014년 10월 23일 대검찰청 감사에서 “감찰의 인사에 직결되는 이 규칙이 대선을 앞두고 만들어졌다. 이 예규가 왜 갑자기 만들어졌는지, 또 누구에게 보고했고, 이 지침에 의해 집중관리 받고 있는 검사는 누구인지 전혀 자료가 제출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와 협의해 보겠다”라고 답했지만, 해당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감찰업무에 원활한 수행과 인사권 행사를 위해서 공개가 부적절하다’라는 비공개 답을 받았다”면서 “열람을 하긴 했으나 구체적인 명단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지난 4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그 시절, 참 살벌했다”라고 썼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과거 상부 지시에 반해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이후 수년간 승진에서 누락된 인물이다.

임 부장검사는 “제가 내부게시판에 언제 글이나 댓글을 쓸지 몰라, 제 소속청 모 검사장은 저를 모니터링 하는 검사를 은밀히 지정해 저를 감시하도록 하였다고 하고, 저와 6개월 같이 근무한 모 실무관은 견디다 못해 대검, 고검 감찰에서 제 행적을 탐문하는 전화를 10통 넘게 받았다며 무섭다고 저에게 하소연도 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또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이 횡행했던 조선 시절인지, 여기가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북한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면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법원 블랙리스트를 보며 ‘그건 범죄지’라고 뒤늦게 깨달았다”라고 썼다. 오가작통법은 조선시대 다섯 집을 1통으로 묶은 호적의 보조조직으로, 원활한 조세징수 및 이웃 간 범죄자 신고를 통해 범인 색출을 쉽게 하고자 만든 제도라는 비판이 있다.

김 부장검사의 무죄구형을 지지하며 검찰 내부 게시판에 ‘무죄를 무죄라 부르지 못하는 검사’라는 글을 올렸던 박병규 검사도 유사 사례로 언급된다. 그는 2015년 2월 검사적격심사에서 탈락해 퇴직했다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퇴직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지난해 4월 복직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인사보복 혐의를 인정했다.

검사 뿐만 아니라 수사관도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4년 검찰 수사관 2000여명이 ‘직종개편’ 방침이 반발해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사건이 있는데, 당시 소송을 주도했던 A수사관이 인사 대상이 아닌데도 재경지검에서 지방지청으로 전보발령을 통보받아 보복 인사 논란이 있었다. A수사관 외에도 보복성 전보인사를 통보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검사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법무부 ‘집중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 지침’은 2012년 스폰서 검사 사건 등이 발생한 이후 검사에 대한 복무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제정된 규정으로, 이 규정에 근거해 작성된 자료는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이 지침 제정 등에 참여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