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수속사유 판단 않고 엉뚱한 이야기만”···與 “국감 정쟁시도, 참담함 감출 수 없어”
여상규 위원장 “‘曺사퇴’, 여야 협치 시작돼야”···박지원 “檢수사 관행·문화 개혁 높이 평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간사인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명재권 판사 증인 출석 문제를 두고 여상규 위원장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간사인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명재권 판사 증인 출석 문제를 두고 여상규 위원장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실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에 대한 영장기각 문제를 두고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때 국정감사가 정회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하지만 조 장관이 이날 오후 전격 사퇴를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일부 반전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지만, 조 장관과 청와대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도 관측됐다.

이날 법사위의 국정감사 초반의 쟁점은 조 장관 동생 조아무개씨의 구속영장 기각 문제였다. 앞서 명재권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9일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중요한 사건에서 법원 스스로 궤변으로 법률 규정에도 없는 (영장 기각) 사유를 열거하면서 누군가를 비호하는 듯한 (모양으로) 사회 갈등을 뿌리고 있다”며 “영장 재판에 관한 재량권 내지 법관이 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법률과 헌법에 따라 판단하지 않아 형사소송법 70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명 부장판사가 형사소송법의 구속 사유는 전혀 판단하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만 했다”면서, “명 부장판사를 비롯한 영장전담판사를 현장 증인으로 출석시켜 영장 기준이 무엇인지, 영장 기준에 대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명 판사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야당의 지적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명 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할 경우 ‘재판 개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국감까지도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정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시도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며 “명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 요청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명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해 배후가 있다거나 ‘좌익판사’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은 정치 공세”라며 “조씨의 경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어 원칙적으로 영장 기각 사유가 되고, 사안의 중대성에도 발부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도 “사법부가 영장 발부를 한국당 의원 총회 허락받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제가 법사위에 12년 있었지만 어떤 판사의 판결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판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나와라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명 판사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국정감사 시작 한 시간 만에 정회를 선포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다만 국정감사가 속개된 이후에도 야당은 지속적으로 명 판사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2014년부터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재판 1만여건 중 단 2건만이 영장심사를 포기했음에도 기각됐다”며 “종범 2명에게 수백만원을 주고 필리핀으로 도주하라고 지시하거나 채용 대가로 돈을 안 받았다는 허위진술 쓰게 했는데도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구체적인 사건의 영장 결과에 대해서 제가 당부를 얘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이 사건의 재청구가 예정돼 있어 제가 영장심사가 잘못됐다고 하면 발부를 암시하고, 잘됐다고 하면 기각을 암시하는 것이라 난처한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담당 판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이 들려오면서, 법사위 국정감사장의 분위기는 미세한 변화가 관측됐다.

여 위원장은 오후 국정감사를 속개하면서 “조국 장관께서 많은 후유증을 남기고 법무장관직을 퇴임하신다”며 “개인적으로는 안 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국가적으로는 이를 계기로 국민을 위한 진정한 여야의 협치가 시작될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어떻게 했든 조국 장관은 사법개혁 중 검찰개혁을 실질적으로 성사시켰다”며 “과잉수사, 심야 수사 등 검찰의 수사 관행과 문화를 개혁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지금까지 조국 장관을 지지하고 옹호하면서 조 장관에게도, 국민에게도 상처가 있었다고 한 것을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조 장관을 향해 있던 화살을 청와대로 돌리기도 했다.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문제가 지난 몇 달 간 대한민국을 갈기갈기 찢어놓았고 국정에 혼란이 왔다”며 “불의가 정의를 이길 수 없고 비정상이 정상을 대체할 수 없고 권력은 국민을 이길 수 없음이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종 책임은 자격 없는 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은 즉각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하고 납득할 수 있는 국정운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과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비롯한 각급 법원장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과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비롯한 각급 법원장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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