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세타2 엔진 평생 보증 충당금 반영, 영업익 예상치 9750억원→3970억원
지적받던 사안 개선 나서···브랜드 이미지 강화 위해 ‘외부 인사’ 영입에 속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연이은 투자에 이어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단기적 효과보다는 중장기적 효과를 노리는 전략인데, 중요할 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위험 요소를 제거해 게임 체인저로의 안정적인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5년부터 이어진 세타2 엔진 논란에 대해 4년 만에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세타2 엔진에 대한 평생보증 및 보상을 실시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약 9000억원의 미래 비용이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된다. 

당초 시장에선 현대차의 올 3분기 실적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기저효과에 힘입어 역대급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차는 직전 연도에 비해 76%가 줄어든 28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프로그램 제공으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단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자료를 통해 “보상금을 제외한 충당금 설정액은 현대차가 약 5500억원, 기아차가 약 28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역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9750억원에서 3970억원으로 축소해 전망했다. 

다만 이번 평생보증 프로그램 제공이 단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더라도 중장기적으론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단기적인 실적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잠재적 불확실성이 축소되고, 11월 미국 공장 신형 쏘나타 생산 개시 전 합의안 도출 등으로 향후 중장기 브랜드·신차 판매 전략엔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의 세타2 리콜 적정성 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현대차그룹이 미국 소비자들과의 합의 및 보증 프로그램 제공을 밝힌 것에 대해 내달 발표될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를 감안한 선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한국·일본·유럽연합(EU)·캐나다·멕시코 등 5개국을 대상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최대 25%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해 왔다. 결과는 내달 14일 이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관세가 0%에서 25%로 오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에는 각각 1조4764억원, 1조1104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지난달 현대차그룹이 20억달러(약 2조3910억원)를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에 투자한 시점을 두고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어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정 수석부회장 체제로 개편된 이후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았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았던 사안들에 대한 답변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약점으로 꼽히던 차량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인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과 9월, 현대차그룹은 디자인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 전무와 필리포 페리니 제네시스 유럽디자인스튜디오 총책임자 상무 등을 영입했다. 이어 이달 13일엔 럭셔리 브랜드 전략 강화를 위해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 담당 CEO가 합세했다. 마크 델 로소는 벤틀리·아우디·렉서스 등 럭셔리 브랜드를 이끌어 온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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