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급등한 최저임금 명분으로 외식·식료품가격 줄줄이 올랐던 2018년···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가격 인상 발표
인상률 주춤했던 올해 고개 든 '가성비’ ‘초저가' 열풍···오비맥주, 카스 출고가 인상 6개월 만에 다시금 인하

1년 사이에 유통업계 키워드가 변했다. 지난해에는 '가격 인상'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에는 '최저가'가 주인공이다. 

지난해에는 자고 나면 소비재 가격이 올라 있었다. 햄버거·김밥·떡볶이·커피 등 완제품뿐만 아니라 라면·과자·참치·어묵·만두·즉석밥 등 식료품의 가격도 적게는 한 자릿수, 많게는 두 자릿수가 오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업체들은 원부재료값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을 지목했다.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 16.4%, 10.9%씩 오르며 이를 근거로 한 제품 가격 인상을 부채질했다. 

최저임금 16.4% 인상이 타결된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보도된 식품 및 유통업체의 굵직한 가격 인상 소식만 해도 △아사히맥주(2017년 10월) △KFC (2017년 12월) △놀부부대찌개(2018년 1월) △신선설농탕(1월) △농심 백산수(1월) △커피빈코리아(2월) △써브웨이(2월) △맥도날드(2월) △맘스터치(2월) △버거킹(3월) △CJ제일제당 햇반, 스팸, 냉동만두 등(3월) △코카콜라(3월) △한국야쿠르트 야쿠트르(4월) △롯데제과 빼빼로(4월) △사조대림 어묵(4월) △교촌치킨 배달비 2000원 추가(5월) △동아오츠카 데미소다·포카리스웨트(5월) △켈로그 시리얼(5월) △오뚜기 순후추·사리당면 등(6월) △동원F&B 캔햄·냉동만두(6월) △팔도 비락식혜(7월) △서울우유 흰우유(8월) △삼다수(9월) △롯데제과 월드콘(11월) △농심 스낵(11월) △매일유업 냉장컵커피(11월) △팔도 왕뚜껑(12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12월) 등 외식·식품 전 분야에 걸쳐 들려왔다.

/사진=셔터스톡(shutter stock).
/ 사진=셔터스톡(shutter stock).

◇ 최저가 트렌드 부상 

지난 2년간의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에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이 깊어지자,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에 그쳤다. 올해 가격 인상 소식은 잠잠해졌을까. 

아니다. 올해에도 거의 매달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왔다. CJ제일제당 햇반이 지난 1월 가격 인상을 1년 만에 재차 알린 데 이어, 3월에는 대상이 고추장 등 장류의 가격 인상을, 같은 달 파리바게뜨도 일부 빵값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4월에는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가격을, 오비맥주는 카스 가격을 올렸다. 6월에는 롯데제과 비스킷·SPC삼립 일부 빵 가격이 올랐다. 이어 9월엔 베스킨라빈스가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동시에 의외의 복병도 등장한다. 바로 최저가다. 쿠팡의 급격한 성장으로 촉발된 이커머스 발 초저가 경쟁이 오프라인에도 옮겨붙으며 이마트는 올해부터 상시적 초저가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내놨고, 생수 및 와인 가격을 낮췄다. 이에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경쟁사도 한시적으로 생수 가격을 낮추며 생수전쟁을 촉발했다. 지난해 200종이 넘는 생필품·식품 가격을 올렸던 편의점도 올해에는 500원 라면, 900원 RTD 커피를 내놓는 등 가성비 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4일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올렸던 카스 전 제품의 출고가를 다시금 낮추겠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21일부터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해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22원에서 가격 인상 이전 가격인 1147원으로 4.7% 내리게 된다.  

다만 이 같은 유통가 초저가 경쟁은 디플레이션(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의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하락했다. 1965년 통계청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0 아래로 떨어진 지난 8월(-0.04%)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다 보니 제조업체의 제품 가격 인상이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초저가 전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불황형 마케팅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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