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급변하는 물가-下] 18년도엔 ‘고가 비상’ 19년엔 ‘저가 비상’
  • 박지호 기자(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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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급등한 최저임금 명분으로 외식·식료품가격 줄줄이 올랐던 2018년···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가격 인상 발표
인상률 주춤했던 올해 고개 든 '가성비’ ‘초저가' 열풍···오비맥주, 카스 출고가 인상 6개월 만에 다시금 인하

1년 사이에 유통업계 키워드가 변했다. 지난해에는 '가격 인상'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에는 '최저가'가 주인공이다. 

지난해에는 자고 나면 소비재 가격이 올라 있었다. 햄버거·김밥·떡볶이·커피 등 완제품뿐만 아니라 라면·과자·참치·어묵·만두·즉석밥 등 식료품의 가격도 적게는 한 자릿수, 많게는 두 자릿수가 오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업체들은 원부재료값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을 지목했다.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 16.4%, 10.9%씩 오르며 이를 근거로 한 제품 가격 인상을 부채질했다. 

최저임금 16.4% 인상이 타결된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보도된 식품 및 유통업체의 굵직한 가격 인상 소식만 해도 △아사히맥주(2017년 10월) △KFC (2017년 12월) △놀부부대찌개(2018년 1월) △신선설농탕(1월) △농심 백산수(1월) △커피빈코리아(2월) △써브웨이(2월) △맥도날드(2월) △맘스터치(2월) △버거킹(3월) △CJ제일제당 햇반, 스팸, 냉동만두 등(3월) △코카콜라(3월) △한국야쿠르트 야쿠트르(4월) △롯데제과 빼빼로(4월) △사조대림 어묵(4월) △교촌치킨 배달비 2000원 추가(5월) △동아오츠카 데미소다·포카리스웨트(5월) △켈로그 시리얼(5월) △오뚜기 순후추·사리당면 등(6월) △동원F&B 캔햄·냉동만두(6월) △팔도 비락식혜(7월) △서울우유 흰우유(8월) △삼다수(9월) △롯데제과 월드콘(11월) △농심 스낵(11월) △매일유업 냉장컵커피(11월) △팔도 왕뚜껑(12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12월) 등 외식·식품 전 분야에 걸쳐 들려왔다.

/사진=셔터스톡(shutter stock).
/ 사진=셔터스톡(shutter stock).

◇ 최저가 트렌드 부상 

지난 2년간의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에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이 깊어지자,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에 그쳤다. 올해 가격 인상 소식은 잠잠해졌을까. 

아니다. 올해에도 거의 매달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왔다. CJ제일제당 햇반이 지난 1월 가격 인상을 1년 만에 재차 알린 데 이어, 3월에는 대상이 고추장 등 장류의 가격 인상을, 같은 달 파리바게뜨도 일부 빵값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4월에는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가격을, 오비맥주는 카스 가격을 올렸다. 6월에는 롯데제과 비스킷·SPC삼립 일부 빵 가격이 올랐다. 이어 9월엔 베스킨라빈스가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동시에 의외의 복병도 등장한다. 바로 최저가다. 쿠팡의 급격한 성장으로 촉발된 이커머스 발 초저가 경쟁이 오프라인에도 옮겨붙으며 이마트는 올해부터 상시적 초저가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내놨고, 생수 및 와인 가격을 낮췄다. 이에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경쟁사도 한시적으로 생수 가격을 낮추며 생수전쟁을 촉발했다. 지난해 200종이 넘는 생필품·식품 가격을 올렸던 편의점도 올해에는 500원 라면, 900원 RTD 커피를 내놓는 등 가성비 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4일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올렸던 카스 전 제품의 출고가를 다시금 낮추겠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21일부터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해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22원에서 가격 인상 이전 가격인 1147원으로 4.7% 내리게 된다.  

다만 이 같은 유통가 초저가 경쟁은 디플레이션(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의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하락했다. 1965년 통계청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0 아래로 떨어진 지난 8월(-0.04%)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다 보니 제조업체의 제품 가격 인상이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초저가 전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불황형 마케팅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박지호 기자
산업부
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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