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파생결합상품 원금 손실·만기 상환 연기·환매 중단 연이어 발생
원금 손실 피해 우려로 사모펀드 ‘포비아’ 현상도 나타나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금융사. / 도표=이다인 디자이너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원금 손실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결정이 나오면서 증권업계에 또다시 ‘원금 손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을 기피하는 ‘포비아(공포증)’ 현상도 나타났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지난 10일 사모펀드 상품 환매 중단을 결정하면서 업계에선 투자자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금 손실이 나타난 DLS·DLF 파문이 여전히 금융권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라임자산운영의 펀드 환매 중단 소식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며 “펀드 등 재테크 상품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은 대체투자펀드 중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의 환매를 각각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 2개의 모펀드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환매 중단 대상 펀드 설정액은 약 6200억원이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환매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자산의 무리한 저가 매각 등으로 투자수익률이 하락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었다”고 환매를 중단한 이유를 밝혔다. CB나 BW가 7월 이후 코스닥 시장의 약세로 발행 기업의 주가 하락이 발생해 주식 전환을 통한 유동화를 할 경우 손실이 커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환매 중단으로 인해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도 불안해진 상황이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는 은행 9곳을 비롯해 증권사 21곳이다. 약 3000명의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판매사 중 대신증권(9801억원)의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8809억원), 신한은행(4926억원), 신한금융투자(4295억원), 키움증권(3973억원), 한국투자증권(3942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환매 중단이 아예 자금을 못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다만 가입자가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사모펀드 기피 현상 나타나 

라임자산운용의 이번 환매 중단은 앞서 금융권에서 일어난 DLS·DLF 파문과 성격을 달리한다. 하지만 자금을 당장 회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고객들에게 투자 손실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런 사례들은 올 들어 증권업계에서 계속 나타났다. 재태크 상품으로 각광받았던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는 이유다. 

올해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선 ▲신한금융투자의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 만기 상환 연기 ▲은행권의 독일 국채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원금 손실 ▲KB증권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의 현지 투자사 계약 위반 문제 등의 악재가 발생했다.

이런 악재가 잇달아 발생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사모펀드 기피 현상도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395조4181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약 3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올 상반기까지 매달 평균 8조원 이상 커진 것과 비교해 증가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책임도 있다”며 “이번 라임운용 사례는 유동성 문제가 해결돼 환매 개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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