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국산화 등 대응책 마련에 속도···수입 기간 장기화 등 불확실성은 여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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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나온 지 100여 일이 지났지만 전방 대기업은 당초 우려와 달리 양산에  차질을 겪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계가 대체재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정부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공격적인 정책 지원을 약속하면서 한 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일각에선 한·일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산 전략물자 수입에 따른 기간이 장기화하는 점이 여전히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무역협회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일본 수출규제 애로 현장지원단’을 출범하고 디스플레이 분야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설명회와 1대1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지난 8월 이후 산업부 및 전략물자관리원 등 유관 기관은 지역별 순방을 통해 이 같은 수출규제 대응 설명회를 진행해 왔다.

이날 현장엔 수출 상담을 원하는 기업 관계자가 70명가량 참석했다. 지난 8월 처음 열린 전략물자 관련 설명회보다 참석 인원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수출 상담에 대한 요청은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 조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보다 자사가 수입하는 품목과 정부 지원 여부에 대한 정확한 수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선 일본이 금수 조치를 취한 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당초 우려했던 만큼 타격이 크지는 않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특히 일본이 ‘캐치올’ 제도를 악용해 임의로 전략물자 외 수출규제 품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다소 불식된 모습이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는 “지난 3달 동안 일본이 금수 조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대기업도 대체재를 마련하는 등 우려를 많이 덜었다는 분위기”라면서 “일본이 7월 개별허가제로 전환한 3개 소재 품목 이외 품목에 대해선 수출 허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방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재 발굴에 나서면서 업계의 우려를 덜어낸 모습이다. 당초 업계에선 이들 기업이 10~11월까지 해당 품목의 수입이 불가능할 경우 반도체 공장 가동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지난 2개월간 소재 3개 품목 중 수출을 허가한 건은 단 7건에 그친다. 

이에 국내 전방 기업은 공급사를 다변화하며 대체품 찾기에 나섰다. 사용량이 많은 액체형 불화수소는 단 한 건도 수입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부터 국산 불화수소를 OLED 패널 양산 라인에 투입했고,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국산화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자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국산 액체 불화수소의 양산 라인 적용을 테스트하며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 관계는 여전한 불확실성 요소로 작용한다. 한·일 양국은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양자 협의를 진행한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WTO협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들어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하기로 했으나, 일본은 여전히 WTO의 규정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국 간 의견차를 좁히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산 전략물자 수입 기간이 예년과 달리 길어지는 점은 업계에 불안 요인이다. 기업 구매 일선에서 체감하는 불안감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일본산 장비를 수입하려고 했는데, 워낙 고정밀 장비인 데다 수출규제 영향 때문인지 수출 업체에서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소재부품 수급 대응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상담을 요청한 업체의 경우 기존에 수입 허가가 1~2주 걸렸던 전략 물자 품목에 대해 지금은 한 달이 넘도록 수출 허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상담을 요청한 바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선 금수 조치가 아니라는 점은 인지하면서도 수입 기간이 길어지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인터뷰해 본 결과, 일본 정부가 일부 품목에 대해 추가 서류를 계속 요구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면서 “일본 기업의 ICP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입 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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