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환매 중단으로 문제 된 펀드 가장 많이 판매해
DLF 사태에서도 4000억원 넘는 판매잔액 취급
“지주사 전환 따른 압박 느꼈을 것”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로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편드(DLF)를 4000억원 이상 팔아치웠던 우리은행이 이번엔 라임자산운용의 일부 펀드 환매 중단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으로 비이자수익 등 실적 성장을 가시화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8일 대표 펀드 두 종류에 대한 환매 중지를 결정했다. 환매 중지 대상은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와 메자닌(주식·채권의 성격을 지닌 상품) 자산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다.

해당 펀드들의 환매 중단은 라임자산운용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유동성이 낮은 사모채권이나 전환사채(CB)에 과도하게 투자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라임운용은 가지고 있던 현금을 활용해 환매 요청에 대응해 왔으나 이달 들어 일부 펀드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원금 회수 속도보다 자금 유출 속도가 더 빨라지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환매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여파로 해당 상품을 취급한 판매사들은 발목이 묶이게 됐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잔액 기준으로 라임 펀드를 판매한 주요 금융회사는 대신증권(9800억원), 우리은행(8808억원), 신한은행(4926억원) 등이다. 이 중 우리은행은 전체 판매금액에서 은행 중 가장 높은 판매 비중인 16.4%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환매 중단으로 논란이 된 두 펀드에 재간접 투자한 펀드를 금융사 중 가장 많이 판 곳으로 나타났다. 환매가 중단된 전체 6200억원 가운데 우리은행이 취급한 금액은 2000억원 규모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객 손실이 불가피하며, 라임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들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 환매를 미뤄도 온전하게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DLF 사태에서도 우리은행은 지난 8월 7일 기준 4012억원을 판매하며 전체 판매잔액 8224억원의 48.8%를 차지해 DLF를 가장 많이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번째로 DLF를 많이 판매한 하나은행에 비해 손실률도 높아 우리은행 쪽의 DLF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졌다. 실제로 지난 9월 26일 만기가 도래한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는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같은 날 첫 만기를 맞은 하나은행의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형 DLF는 손실률이 46.1%로 확정됐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잇따라 파생상품 판매 관련 문제에 엮이는 데에는 올 들어 지주회사로 전환한 우리은행이 실적 성장과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를 한 데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업무 다각화라든지, 수수료 수익 확대 등에서 상당히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조급하게 추진하다가 이런 일(DLF 사태)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연이은 파생상품 판매 문제와 관련해 우리은행 측은 이번 라임 펀드 환매 중단이 DLF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제2의 DLF 사태로 확대되지 않게끔 사태 파악 및 고객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환매 중단의 근본 원인은 자산운용사에서 투자금을 운용하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운영상 문제점이 정확히 무엇이고 추가적으로 언제 또는 어떤 방식으로 상환을 재개할 것인지에 대한 자료를 라임운용사 측에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고객 대응 측면으로는 라임자산운용에서 통지받은 대로 문제 원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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