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700원대 가성비 라면 올해에만 5개 출시···최근 뜨는 '가성비' 트렌드 연장선
1500원대 프리미엄 중화라면 유행하던 2015년과 ‘극과 극’ 양상

오뚜기 오!라면이 출시된 지 20일 만에 500만개가 팔렸다. 500원짜리 라면도 등장했다. 비싸다던 편의점에서 말이다. 이들 모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승리처럼 보인다. 이커머스의 파격 할인 행사가 오프라인, 그리고 서민 제품의 대표 격인 라면 등 소비재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먼 과거도 아닌 4년 전으로만 돌아가 봐도 현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2015년을 휩쓴 라면은 바로 중화라면이었다. 당시 진짬뽕이 출시 2달 만에 2000만개가 팔렸으니, 2019년의 오!라면보다 그 인기가 훨씬 뜨거웠던 셈이다. 이처럼 진짬뽕은 굵은 면발에 풍부한 건더기, 짬뽕의 불맛을 제대로 재현했다. 농심도 같은 해 짜왕·맛짬뽕 등 중화라면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들 라면의 가격은 1500원 수준이었다. 이들이 프리미엄 라면이라 불린 이유다. 높은 가격대의 진짬뽕·짜왕 등이 인기를 끌자 1조원대로 주저앉았던 국내 라면시장 규모도 2015년 2조원대를 회복했다. 

◇ 대세는 뒤집힌다

올해 출시된 대표적 가성비 라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출시된 대표적 가성비 라면.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출시된 제품들은 대부분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올해 저가 라면의 서막을 연 곳은 편의점이다. 이마트24는 지난 2월부터 기존 2750원 하던 민생라면 5개입 가격을 1950원으로 낮춘 가격에 상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봉지 1개당 가격이 390원인 셈이다. 저가 라면 출시의 서막을 올린 것이다. 

이후 곧바로 농심은 지난 2월 봉지당 700원 꼴인 해피라면을 선보였다. 

라면 3위 업체인 삼양식품도 곧이어 '삼양 국민라면'이라는 가성비 라면을 출시했다. 가격은 2000원(5개입)으로 봉지당 400원이다. 삼양식품의 라면 제조 노하우와 홈플러스의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양사가 공동 기획한 상품이다. 홈플러스에서만 판매되는 국민라면이지만 출시 2달 만에 130만봉지가 팔리기도 했다. 

비빔 라면 성수기인 여름을 지나 찬바람이 조금씩 불자 다시 저가 국물 라면 출시가 시작됐다. 9월 초 오뚜기는 오!라면을 출시했다. 4입 멀티 기준 2480원(개당 620원 수준)으로 출시된 오!라면은 할인 행사로 대형마트 기준 4입 멀티가 185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개당 462원 수준이다. 

이후 CU에서도 9월 말 봉지당 500원짜리 ‘CU 실속500라면’을 출시했다. CU 실속라면은 4년 전 인기를 끌었던 프리미엄 중화라면 가격과 비교해 정확히 1/3 수준의 제품이다. 출시 1주일 만에 5만개가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U는 해당 라면을 30만개 한정 수량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중화라면과 같은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고, 그동안 일반적으로 출시돼 왔던 1000원대 라면에 대한 소비자 주목도가 이전보다 낮아졌다. 마라와 같이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아이템이 아니면 사실상 묻히는 수준"이라면서 "가격은 맛이나 첨가물보다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기 쉽다. 업체들이 자꾸만 더 낮은 가격으로 가성비 키워드를 앞세워 신제품을 내놓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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