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첫날 일정 마무리···한국시간 오늘 밤 협상 이어가
현재 유력한 스몰딜은 ‘환율협정 체결→중국 제품 추가관세 유예’

미국 워싱턴DC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개최에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개최에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7시간 동안 진행된 첫날 회담 분위기가 긍정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5개월 동안 대립해온 미국과 중국이 여러 쟁점 중에서 몇가지 세부쟁점을 미리 합의하는 ‘스몰딜(small deal)’에 합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현지시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이날 오전 9시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팀이 라이트하이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장관의 안내를 받아 USTR에 마련된 협상장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협상에는 미국 측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었고, 중국은 류허 부총리를 필두로 중산 상무부장과 이강 인민은행 총재, 닝기저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주임이 참석했다.

미국 CNBC 방송은 11일 “므누신 장관이 오후 4시가 되기 직전 협상장을 떠났고, 협상 상황 관련 질문에는 답변 없이 미소만 지었다”며 “이어 한 시간 뒤 류 부총리가 협상장을 나섰으며, 미중 협상단은 이날 만찬을 같이했다”며 협상 이후의 분위기를 전했다.

첫날 고위급 회담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날 일정이 마무리된 후 “회담이 매우 잘 됐다”며 앞서 일부 외신이 보도한 미중 무역협상의 일정 단축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협상이 순항하고 있다면서 “내일(11일) 백악관에서 류허 부총리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당초 협상 일정이 단축될 수 있다는 미중 무역협상팀은 협상 일정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중국 협상팀을 만나겠다고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와 지지부진했던 무역협상이 일정수준 합의를 볼 수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우선 양국은 환율 협정 체결 방안을 논의 중이다. 환율 협정의 골자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미국은 지난 8월 초 위안-달러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오르자 중국을 1994년 이후 처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앞서 미중은 지난 2월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환율시장 개입 금지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양측은 당시 기본 방향에는 잠정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문구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만약 중국이 환율 협정 체결을 수용하면, 미국은 그 대가로 당초 예고한 대(對)중국 추가 관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선의의 표시로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 한해 일부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부품 등을 공급할 수 있도록 면허를 부여키로 했다.

이로써 현재 유력한 스몰딜 시나리오는 오는 15일 예정된 미국의 추가관세 유예다. 미국은 오는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30%로 인상할 방침이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은 11일 류허 부총리가 협상이 끝난 후 “중국은 추가 관세 인상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양측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합의할 용의가 있다”며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평등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이번 협의를 통해 미국과의 합의를 이끌어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스몰딜 도출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빅딜, 즉 일괄타결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 중국 정부는 산업보조금 지급이나 기술이전 강제 행위 등 민감한 문제는 피하면서 부분적 합의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시인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미국은 광범위하면서 가혹한 요구를 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고, 중국의 핵심 우려사항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미중 합의가 이뤄져도 아주 작은 스몰딜에 그치고 환율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무역협상에 큰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샹 중국사회과학원 소속 미국 전문가도 같은날 SCMP를 통해 “합의하더라도 미국은 언제든 중국 기업 또는 무역관행을 트집 잡아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미 행정부는 일관성이 부족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대화할 수는 있지만 (협상 결과가) 희망적이지는 않다“며 ”부분 합의라도 이뤄지면 매우 좋을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포괄적 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회담이 또다시 결렬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스몰딜이 성사될 경우 오는 11월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성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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