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이 부회장 이름 직접 거론하며 감사함 표시···국정농단 재판 및 검찰 수사엔 영향 없을 듯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9번째 만남이 이뤄졌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특히 이번엔 확실히 이전 만남에서 볼 수 없었던 기류가 느껴진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세계 시장 흐름을 제때 읽고 변화를 선도해 온 우리 기업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문 대통령은 이 같이 말하며 삼성과 이 부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부회장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을 만들자는 오늘 말씀은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7월 인도에서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조우는 계속 이어져 왔다. 하지만 재계에선 두 사람의 만남에 큰 의미를 두려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회장이 문 대통령이나 정권 주요 인사와 만날 때면 검찰의 삼성 수사도 거세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정권에선 기업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기가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 느껴지는 기류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이번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의 만남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들을 보면 이전 만남 때와 수위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분명히 느껴진다”며 “상당히 의미가 있었던 만남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감사함을 표시해 주목받았다. 정부와 기업이 결국 경제 살리기라는 큰 미션 앞에선 ‘한 팀’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정‧재계에선 크게 2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 흔들림 없이 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또 한 가지는 그만큼 경제 상황이 위중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 등을 감안해 민생 챙기기 행보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만남을 보며 정부가 재벌 및 경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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