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3분기 실적도 전년 대비 급감할 것으로 관측
내년부터 고속버스회사 숫자와 동일한 11개 항공사 운항···공급과잉 심화
공급과잉, 대외 악재 등 비슷한 상황 처한 유럽선 항공사 도산 이어져

국적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 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항공업계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았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아베 정부가 한국에 수출규제를 시행한 지 100일이 지났다.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규제는 시민들의 일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일본을 주요 수익 노선으로 삼던 항공사들은 하나 둘 일본 노선을 정리했다. 시장에선 성수기임에도 모든 항공사가 3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항공업 불황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는 평이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항공사와 해외항공사를 이용한 일본 노선 여객은 총 135만511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9만1905명)보다 28.4% 감소한 수치다. 탑승률은 더욱 심각하다. 9월 일본 노선 주간 탑승률은 61~71.8%이다. 이는 전년 대비 최대 26.5%p 하락한 수치다.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 공급을 줄였음에도 탑승률이 지난해보다 낮은 것이다.

◇ 동남아로 항공기 돌렸지만 수익성 악화 불가피

일본 노선 조정 이후 각 항공사들은 갈 곳 잃은 항공기를 동남아시아로 돌렸다. 여객용 항공기의 경우, 안전에 무리 없는 상황이라면 비행에 투입되는 시간이 늘어나야 비용 대비 수익이 증가한다.

문제는 모든 항공사가 동남아시아로 몰리자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공급 과잉은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 경쟁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를 제외하면 투입되는 기재가 비슷하고, 기내 서비스도 유사한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을 내세울 수 있는 건 가격뿐이기 때문이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중국·동남아로 항공기를 돌렸지만, 기대치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 편”이라면서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출혈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항공사들의 실적이 성수기인 3분기에도 전년 대비 급감할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한국투자증권 등은 매출 기준 LCC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제주항공이 3분기 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각각 82억원, 9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했다.

FSC는 글로벌 경기 하락세에 따른 화물 부문 부진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은 11일 자료를 통해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2.4% 급감한 1911억원에 그칠 것이라 분석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화물은 경기 하방 압력으로 전 품목의 물동량이 부진한 상황이나 향후 국내 비중이 높은 전자전기제품의 반등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물 물동량의 기저 효과는 내년 1분기부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韓 항공업계, 글로벌 항공사 도산 직전 상황과 유사

글로벌 항공사 파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 악재 및 공급 과잉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도산하는 것인데, 국내 LCC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어 국내 항공사에도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지난달 23일 영국 토마스 쿡 그룹이 파산하면서, 주요 계열사이자 34대의 항공기를 보유했던 토마스 쿡 에어라인 역시 날개를 접었다. 이후에도 아드리아항공, 에이글 아주르 등 유럽 항공사가 잇따라 파산했다.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유럽엔 크고 작은 항공사 100여개가 있다. 단거리 노선을 위한 기재를 도입한 항공사들이 서로 가격 경쟁을 진행했고, 결국 자금력이 떨어지는 항공사들이 하나 둘 도산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외 악재도 항공사의 경영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토마스 쿡이 대표적이다. 브렉시트 등 대외 악재와 항공유의 상승으로 인한 경영난이 지속됐고, 이는 결국 파산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브렉시트 합의안이 도출된 지난해 4분기, 토마스 쿡 그룹은 전년 대비 4배가량 늘어난 6000만 파운드(약 8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이 처한 상황과 다를 바 없다. 국내엔 3개 항공사(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플라이강원)가 신규 면허를 발급받으면서 11개 항공사가 존재한다. 이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가입된 국내 고속버스 회사의 숫자와 동일하다. 중국·일본·동남아를 제외하면 마땅한 노선이 없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수준이다.

여기에 일본 불매운동과 항공유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일각에선 일부 항공사의 인수·합병 등으로 업계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국내 항공사들은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운임을 올리고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별도 자료를 통해 “52시간 근무제도에 따른 조업비 증가, 항공유 가격 상승 등 경영악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운임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지난달 사내게시판을 통해 “현재까지 누적 적자만 수백억”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회사의 존립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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