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수교 70주년 계기 축전 주고받으며 우호적인 관계 강조
中단둥, 인공기·오성홍기 나란히 걸려···북중 정상 만남 가능성

북한과 중국의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지난 6일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 압록강 변 도로에 인공기와 오성홍기가 걸려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과 중국의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지난 6일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 압록강 변 도로에 인공기와 오성홍기가 걸려있다. / 사진=연합뉴스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노딜(no-deal)’로 결렬된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제시하면서 다시 대(對)미 압박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회담 결렬 이후 수교 70주년을 맞은 중국과 비공개 행사를 진행, 축전을 보내며 밀착 행보를 과시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G2(중국과 미국)국가의 힘겨루기로 변하는 양상이다.

◇스톡홀름 회담 결렬 후 친밀감 보이는 북한과 중국

북미 관계에는 중국의 숨은 역할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바 있고, 북한 측은 중국을 뒷배에 놓고 중국을 협상카드로 사용해왔다.

북중은 최근 들어 더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북중은 지난 6일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북중 수교 70주년을 축하하는 축전을 서로 주고받았다.

시진핑 주석은 축전을 통해 “70년 전 중국과 북한이 정식으로 수교한 것은 양당, 양국 관계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지난 70년간 양당, 양국 지도자의 배려와 양국의 공동 노력 속에 중국과 북한의 전통 우의가 국제적인 풍운과 시대 변천을 겪으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깊어졌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나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며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상호 신뢰 및 우의를 소중히 여긴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중 수교는 새형의 조중 (북중)관계의 탄생을 알리는 획기전인 사변”이라며 “두 나라 인민이 피로써 지켜낸 사회주의가 있었기에 조중 친선은 지리적인 필연적 개념이 아니라 동서고금에 찾아볼 수 없는 각별한 친선으로 다져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축전에 이어 중국 고위급 인사인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은 지난 9일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중 수교 7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북중 수교 70주년과 북한 노동당 창건 74주년 축하 행사를 겸해 열렸고, 북중 외 다른 국가 외교단은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9일 저녁 베이징 차오양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중 수교 70주년 환영 행사에 장칭리 정협 부주석이 중국 측 주빈으로 참석해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양국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북중 정상이 만나게될 예상 장소.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북중 정상이 만나게될 예상 장소.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김정은 위원장, 조만간 방중 가능성···장소는 中단둥 유력

북중 양국의 친분 과시로 북중정상회담 개최 임박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앞서 10월 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는데, 최선희 북한 외무성의 북미 실무협상 일정 발표로 김 위원장의 방중은 후순위로 밀려난 바 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매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사전 만나는 모습을 연출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첫 방중 이후 올해까지 모두 4차례 중국을 방문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6월 북한을 국빈 방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연기 보도도 힘을 보탰다. SCMP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하려고 준비했다가 실무협상 결렬로 방중을 재고,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현재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최근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지역에 중국 오성홍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북중 정상회담이 이른 시일 내 개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중 모두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북중정상회담을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중국 단둥 압록강 변 도로의 가로등마다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 강변에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조중친선 영원하리’, ‘조중 친선의 새로운 장을 아로새기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포착됐다. 또 압록강 변을 벗어나면 인공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중 정상 만남 장소가 단둥 압록강 인근 부근으로 유력해지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8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한반도 정세를 담당하는 익명의 베이징 외교관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중 양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향배를 전망하기 어려워 김 위원장이 다시 중국을 방문하는 시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북중 실무협상은 결렬됐지만 협상 문은 열려있는 상황이고, 연말까지 북미정상회담 개최하고 진전이 이뤄져야 북미 모두 원하는 성과를 얻게 되는 만큼 북중 정상의 중국 단둥 인근서 만날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2월부터 대선 행보가 예정돼 있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은 데, 북미 모두 판문점 회담 이후 친서도 주고받았고 협상 가능성도 열어놓은 점에서 톱다운 방식의 시나리오를 공유 중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 평론가는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가설을 놓고 예측해보면 이르면 10월 내로 북중 정상 만남을 있을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대륙과 북한이 붙어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보안상 편의를 위해 철도를 이용한 만큼 북중 접경 지역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단둥에서 북중 국기가 걸려있는 모습은 공산주의 특성상 빅 이벤트가 있다는 힌트로 북중 정상 만남은 임박해졌고, 단둥 자체가 북중 경제적 협력 상징도시인 만큼 단둥서 북중 정상 만남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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