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앞두고 경영 행보 넓혀
과거 LCD 사업 주도 경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이어져
2025년까지 8.5세대 QD 라인 전환 및 R&D에 13조1000억원 투자
2021년 QD-OLED 양산 시작··· 향후 10.5세대 추가 투자 전망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디스플레이 사업에 13조원 규모 대투자를 공언하며, TV 패널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5월 시스템반도체 투자에 이어 반년만에 밝힌 대형 투자다. 13조원 투자는 이달 시작되는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던진 이 부회장 승부수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이 쏘아올린 투자 첫 승패는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디스플레이에서 갈릴 전망이다. LCD는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이번 대형 QD OLED 개발 성공과 QD 디스플레이 전환에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TV 사업 명운이 걸렸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거 대형 OLED 투자를 중단한 바 있다. 대형 OLED는 이번이 두번째 도전이다.  

10일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갖고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 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외부의 추격이 빨라질수록, 도전이 거세질수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QD 디스플레이 투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특별 지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LCD 패널 사업 초기 시절부터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기며 남다른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말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대형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 안건은 올해 상반기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됐으며, 지난달 이 부회장의 최종 결재를 통해 투자 발표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첫 성과물 ‘QD-OLED’로 사업 향방 판가름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아산1캠퍼스에서 현재 철거 중인 8세대 LCD 일부 생산라인을 단계별로 QD 라인으로 전환해 ‘Q1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신규 라인은 오는 2021년부터 8.5세대 기준 초기 3만장 규모로 가동을 시작하며 향후 생산능력을 늘려갈 계획이다. 65인치 이상 TV용 QD-OLED 디스플레이 생산이 중점이 된다. 기존 LCD 분야 인력은 QD 분야로 전환 배치되고 신규 전문 인력도 채용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번 투자 계획엔 다양한 차세대 QD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가 포함됐다”며 “2021년 공장 가동을 통해 우선 QD-OLED를 양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분은 신공장 설립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21년 이후 10.5세대 추가 투자를 발표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현재 TV용 OLED 패널 시장을 선점한 LG디스플레이가 2022년부터 파주 10.5세대 P10 라인 가동을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8.5세대 설비로는 원가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8.5세대 유리원판에선 65인치 TV용 패널 3장을 찍어낼 수 있지만 10.5세대에선 8장을 만들 수 있어 TV 시장이 65인치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유리한 생산 구조를 갖게 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아직 8세대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양산 경험이 없어, 지금은 양산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인 상황"이라며 "이를 통해 생산성이 검증된 2021년 이후 10.5세대 등 후속 투자를 추가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사이클’ 없는 LCD···중소형 OLED는 中 추격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두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8세대에서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양산 경험이 없는 데다가OLED 디스플레이의 ‘번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도 TV용 패널 사업 진출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QLED·마이크로LED TV 사업 전략과 방향성을 달리하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사업부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결정을 마냥 반기긴 어려운 처지다. 삼성전자가 직접 협력사를 확정한 QLED 기술과 달리 QD-OLED 기술에 있어선 삼성디스플레이가 협상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탈LCD' 전략 차원에서 QD 디스플레이 사업에 힘을 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투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부진한 사업 수익성에 기인한다. 최근 중국발 LCD 물량 공세로 인해 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5600억원 규모 적자를 냈다. 올 2분기도 고객사인 애플의 1회성 비용 없이는 영업적자를 면치 못 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LCD 패널 가격 하락세에 국내 업계는 물론 물량전을 주도한 중국 업체조차 패널 감산에 나선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90% 가량 꽉 잡고 있는 중소형 OLED 시장을 두고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어 올해 중국 BOE, CSOT 등 주요 패널 제조사들은 6세대 OLED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주요 공급망 진입을 시도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 사업은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로 굳어졌다"면서 "과거엔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짝수 해 마다 패널 가격도 소폭이나마 반등하는 사이클이 있었는데, 중국발 물량 공세 이후 이 같은 생태계가 깨진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