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리스 계약 관련 등 애경 요청 정보들 항공업계에선 대표적 기밀 자료로 여겨져
경쟁업체 제주항공 운영하고 유력후보군도 아닌 애경에게 기밀자료 주는 것 사실상 힘들어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 애경이 아시아나에 기밀자료를 요구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자료의 성격을 고려할 때 아시아나로선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애경의 요구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에게 요구한 자료는 크게 항공기 리스 계약과 관련한 정보와 노선별 손익‧거점별 인력운영 현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선 해당 정보 공개는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어떤 항공사도 공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항공기 리스 계약 관련 정보의 경우 철저한 비밀이라 외부로 알려지게 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아시아나, 애경 계열이 아닌 제3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의 리스 계약은 각자마다 다르게 맺기 때문에 같은 항공기를 리스 하더라도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며 “만일 이 액수를 외부에 오픈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신뢰를 잃고 향후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돼 당연히 정보를 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리스, 그리고 보험 비용은 항공사마다 다르고 이는 서로 알 수가 없도록 돼 있다. 같은 보험을 들어도 어떤 항공사는 다른 항공사에 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애초에 계약할 때부터 철저히 비밀로 하는 사안이다.

애경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노선별 손익 등과 관련한 정보도 아시아나항공으로선 제공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선별로 기간마다 어떻게 가격정책을 운영하는지 등에 관한 정보는 마케팅과 관련한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항공사들끼리 서로 모른다”며 “이런 정보들을 노출하게 될 경우 사실상 영업비밀을 내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애경이 요구한 자료는 항공업계에선 대표적인 민감한 정보들이라 공개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 자료공개를 요청한 곳이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는 애경이라는 점도 더욱 공개를 어렵게 만든다. 어찌 보면 경쟁업체에서 핵심정보를 요구하는 셈인데, 만일 정부만 열람하고 애경이 인수를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아시아나항공으로선 정보만 내준 셈이 된다.

또 애경을 아직 유력한 인수후보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도 아시아나항공의 정보 공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민감한 정보라도 만일 애경의 인수가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이라면 일부 정보는 오픈할 수 있겠지만 현재 자금 문제 등을 고려하면 그런 상황도 아니지 않느냐”고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해 애경그룹 측은 “(관련 정보 요구는)중요한 계약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인수 후 문제가 될 경우 매도자나 매수자나 모두 패자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30년 업력에 자산 10조나 되는 회사를 깜깜이 수준의 실사를 하고 인수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애경과 아시아나 사이 묘한 긴장감이 흐르게 되면서 결국 안 그래도 더딘 인수전이 더욱 더디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지금과 같은 상황은 사실상 예견됐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허희영 교수는 “아시아나도 피인수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정보는 오픈을 해야 하는데, 막상 그렇게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전형적인 정보의 비대칭성이 나타나는 사안이어서 양측이 협의점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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