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권고’에도 발전소 발암물질 대책 미루는 정부·발전사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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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선 약속 후 50여일 지났지만 노동자들 여전히 위험 무방비
발전소 유독·발암물질 노출 작업 안전보건대책, 작업환경 측정 의무화 등 촉구
한 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내부를 정비하는 하청노동자들 모습. / 사진=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한 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내부를 정비하는 하청노동자들 모습. / 사진=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8월 발전5사 하청 노동자들이 유독·발암물질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며, 즉시 발전사들에 발암물질 등 고독성 유해화학물질의 관리방안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발전사들과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는 아무런 발암물질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현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발암물질을 마시며 일하고 있다.

특조위는 지난 8월 19일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결과 종합보고서와 2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5사 협력사 작업 노동자들이 기준치의 8~16배를 초과하는 결정형유리규산, 벤젠 등의 유독·발암물질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었다. 특히 결정형유리규산은 폐암 발생 원인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운전 및 정비업체 노동자들의 폐기능이 2013년 대비 2018년 10% 악화됐다. 김용균 특조위는 권고안 중 하나로 발암물질 등 고독성 유해화학물질의 관리방안을 개선하라고 밝혔다.

특조위 발표 다음날인 8월 20일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에 특조위의 권고안을 정책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특조위 권고를 존중한 발전사 노동자들의 안전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당시 국무회의에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참석했다.

하지만 그 후 50여일이 지났으나 발전소 작업 현장에는 변화가 없다. 특히 발전사들은 당초 작업 현장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특조위 발표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발전 5사는 2017년 하반기 작업환경측정 시 결정형유리규산 등 유독·발암물질을 확인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았다. 발전사들은 방진 특급 마스크 보다 낮은 수준의 방진 1급 또는 2급 마스크를 지급해왔다.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 요구도 무시됐다. 지난 8월 23일 공공운수노조는 발전5개사 및 발전5개사 자회사, 협력사들에게 2019년 하반기 작업환경 측정, 보호구 착용, 작업환경 관리, 작업자 교육, 정비작업자 이력관리 등을 할 것을 공문으로 요구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10일 현장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서부발전, 자회사, 협력사와 태안화력발전소 대정비 작업을 하는 노동자 대표 및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간담회 신속 진행 ▲긴급 조치로서 태안화력발전소 대정비 작업 시 특급 방진 마스크 등 보호구 지급 ▲서부발전, 특히 태안화력발전소의 경우 대정비 작업 시 작업환경 측정 의무화 ▲서부발전, 특히 태안화력발전소의 유독·발암물질 노출 작업 안전보건대책 마련과 이행 ▲유독·발암물질 노출 작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정호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안부장은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관리감독의 권한이 있는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가 행정력을 발휘해 안전보건상 개선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10월 중순까지 서부발전 및 자회사, 협력사 사측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선 긴급 조치로서 태안화력발전소 대정비 작업 시 특급 방진 마스크등 보호구를 즉각 지급해야 한다. 독성이 강한 물질이 분진으로 있는 경우 분진 포집효율 99% 이상의 특급 방진 마스크와 송기마스크 지급을 원칙으로 해야한다.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가 지금 당장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장은 “대정비 작업의 경우 석탄재 처리작업으로 인해 유해·발암물질 노출이 극심하다. 대정비 작업 시 작업환경 측정이 의무화 될 필요가 있다”며 “작업환경 측정에 반드시 노동조합을 참여하게 하고 모든 작업자에게 공개하는 설명회를 측정업체가 진행할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2조에 근거한 사업주 의무사항이다”고 했다.

특히 이 부장은 “정비작업 등과 같이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밀폐작업 혹은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이동형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한 후 작업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발전사 전체를 대상으로 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안전보건대책이 마련되고 이행돼야 한다”며 “유독·발암물질 노출 작업에 대한 노동자의 안전보건조치는 의무사항이다. 이는 사측의 자발적 조치만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감독 및 관리가 필요한 사항이다. 이에 유독·발암물질 노출 작업에 대한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에 따르면 노조 측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는 10월 중순 안에 사측과 고용부, 노조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 취급 근로자의 호흡보호구 선정 기술지침에 따르면 유리규산 등 규소 물질은 특급 마스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특급 마스크 등 보호 장비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날 노조가 요구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검토해 추후 특조위권고안 이행안 발표 시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호 부장은 “지침에 따라 1, 2급 마스크를 사용하고 난 후 진폐와 폐암 등에 걸리는 노동자들이 생겼다. 지침을 개선해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며 “작업환경 측정 의무화와 발전소의 유독·발암물질 노출 작업 안전보건대책 마련과 이행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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