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1층에 놓인 '딜리' 2대···라이더가 전달한 물건 담아 엘리베이터 타고 주문자가 있는 층으로 배달 완료
라이더는 시간 절약, 이용자는 비대면의 편리성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
상용화시 사무실, 아파트, 병원 등 활용처 다양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A씨는 고민한다. 주문한 배달 음식을 받을 때 1층 공동현관까지 내려가야 할지, 아니면 현관문을 열고 직접 배달 기사와 대면해야 할지 매번 갈등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A씨의 오피스텔에 배달 로봇 ‘딜리’가 생겼다. 배달 기사가 1층에 세워진 딜리에게 음식을 전달하면, 딜리가 알아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A씨가 거주하는 층까지 음식을 데려온다. 딜리의 연락을 받아 A씨가 음식을 수령하면 딜리는 1층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 모든 과정은 쉽고, 빠르게 진행된다.

현실과 다소 먼 것만 같은 위 상황 설정이 실제로 이뤄지는 곳이 있다. 바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본사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본사에서 자율주행 실내 배달 로봇 딜리타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딜리는 총 2대. 1층 엘리베이터 옆 '딜리네'에 주차돼 있다. 직원들이 배민 라이더스(맛집 배달 서비스)를 통해 주문하면, 도착한 라이더가 해당 층까지 직접 이동할 필요 없이 딜리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떠난다. 음식을 건네받은 딜리는 배부른 표정(^_^)으로 딜리네를 떠나, 수령자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를 위해 주문자가 할 일은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주문하기, 음식 수령하기, 그리고 먹기다.

회사 1층에 도착한 라이더가 딜리에 암호를 입력한 후, 열린 공간으로 밀크티 3잔을 넣고 있다. 이후 라이더는 곧바로 다음 목적지로 떠날 수 있다. /사진=권태현 PD
회사 1층에 도착한 라이더가 딜리에 암호를 입력한 후, 열린 공간으로 밀크티 3잔을 넣고 있다. 이후 라이더는 곧바로 다음 목적지로 떠날 수 있다. / 사진=권태현 PD
1층부터 6층까지 부지런히 올라온 딜리로부터 버블티를 받은 기자의 바쁜 손. 음식 때문에 신난 건지, 딜리 때문에 신난 건지 모를 움직임이다. /사진=권태현 PD
1층부터 6층까지 부지런히 올라온 딜리로부터 버블티를 받은 기자의 바쁜 손. 음식 때문에 신난 건지, 딜리 때문에 신난 건지 모를 움직임이다. / 사진=권태현 PD

라이더가 할 일은 종전처럼 도착지 1층에 도착해 딜리 정수리의 화면을 터치, 주문번호 4자리를 입력 후 딜리가 열어주는 빈 공간에 음식 넣기, 그리고 떠나기다. 

이후의 일은 딜리가 다 한다. 딜리는 라이더가 입력한 주문번호를 통해 수령자의 위치를 파악, 동작 감지 센서 등 내장된 다양한 감각을 동원해 엘리베이터 앞까지 이동, 엘리베이터와의 통신해 정확한 층에서 하차, 수령자가 나타나 자신의 휴대전화번호 끝 4자리 암호를 입력하면 그간 소중히 간직해 온 음식을 수줍게 전달한다. 배달 도착부터 수령 완료까지 전 과정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딜리가 목적지를 화면으로 띄우고 있다. 사람들은 딜리를 위해 엘리베이터의 중간 자리를 양보한다. 딜리는 탈 때 "저도 탈게요", 내릴 때 "저 이번에 내려요"라고 말한다. /사진=권태현 PD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딜리가 목적지를 화면으로 띄우고 있다. 사람들은 딜리를 위해 엘리베이터의 중간 자리를 양보한다. 딜리는 탈 때 "저도 탈게요", 내릴 때 "저 이번에 내려요"라고 말한다. /사진=권태현 PD

딜리의 복무로 라이더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죽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주문자는 언택트(Untact·비대면)의 편리를 느낄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고객에게 배달하는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마일(Last mile)을 개선하고자 실내배달로봇을 연구, 로봇서비스를 구축하게 됐다"면서 "이번 시범서비스는 라이더와 이용자 모두의 편의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딜리는 어떻게 복잡한 사무실을 무리 없이 이동할까. 딜리는 내부에 초정밀 지도를 갖고 있다. 어디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어디에 화장실이 있고, 어디에 출입문이 있는지 라이더가 모르는 부분까지 세세히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지돗값을 기준으로 로봇은 수령자의 위치를 향해 움직인다. 엘리베이터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원격 호출 기술을 탑재했다. 사람과 공존해야 하는 딜리는 동작 감지 센서도 갖고 있다. 로봇청소기처럼 앞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이를 피해 이동한다.  

그렇다면 우아한형제들이 딜리의 본체를 만들었느냐면 그건 아니다. 로봇 제조 회사로부터 몸체를 사와 딜리라 이름 붙이고, 소프트웨어 개발, 초정밀 HD 맵 그리기 등을 진행했다.  

딜리는 현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만 있다. 하지만 향후 사무실뿐 아니라 아파트, 오피스텔, 대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금을 상용화 직전 시점으로 보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딜리(실내배달로봇)를 위시해 실내서빙로봇, 실외배달로봇 등의 상용화도 꿈꾸고 있다. 

배달은 요청을 이해하고 움직임을 뜻한다. 이는 딜리가 다른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를 단순 '배달로봇'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사내 카페에서 대여해주는 다회용 컵의 회수도 딜리가 맡는다. 각 층의 미화 담당 직원이 컵을 모아 딜리에게 전달하면, 딜리가 이를 반납한다. 딜리의 다양한 활용을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딜리는 참 좋아보인다. 그러나 가격은 미정이다. 

배달을 완료한 딜리가 돌아가려 하고 있다. 아쉬운 마음. /사진=권태현 PD
배달을 완료한 딜리가 돌아가려 하고 있다. 아쉬운 마음. / 사진=권태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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