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현 정부에 확장적 재정, 갑을관계 개선 등 필요 주장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 자료=통계청.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 자료=통계청.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0%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대책으로 확장적 재정 정책과 내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년동기대비 소비자물가 증가율이 올해 1월들어 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 8월(-0.038%)과 9월(-0.4%)에는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와 복지 확대 정책 등 공급 측면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징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은 아니라면서도 그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8일 밝혔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디플레이션을 얘기하기엔 이르다. 더 지켜봐야한다”면서도 “최근 신선물가지수가 하락해서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났는데 이는 나중에 올라갈 수 있다. 마이너스 값 자체는 일시적 요인일 수 있지만 2019년 이후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떨어졌다. 0%대 물가상승률 지속은 일시적 요인이 아니며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유럽연합이나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도 디플레이션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근원물가도 9월 상승률이 0.6%로 낮은 수준이다”며 “지난 1월부터 0%대 물가상승률은 총수요가 위축된 상황,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을 의미 한다”고 밝혔다.

계절 요인과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 9월 0.6% 올랐다. 1999년 9월 0.3% 이후 최저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도 “아직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 지금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8월과 9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나타났는데 10월도 마이너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 7개월 이상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자산 가격 하락이 동반돼야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다만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공급적 요인과 수요적 요인 모두 저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 “디플레이션 가능성 선제적 대응하라” 확장적 재정 등 주문

이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정부 내에서도 지금이 디플레이션인지 아닌지를 논의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의 저물가에는 해외 요인과 공급적 요인 외에 수요 부족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미래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금리인하로 인해 유동성이 건설적 투자로 가지 않고 부동산으로만 쏠릴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 위험성도 있다”며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금리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영철 교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강력한 내수확대 정책을 해야 한다”며 “현재 수출은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 세계 경기가 안 좋고 특히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돼 다른 나라보다 한국 수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내수확대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조 교수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해야 한다. 통화정책에서도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가 갑을 관계 해소를 적극적으로 해서 중소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현재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며 저물가는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 등 공급적 측면이 강하다. 다만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한다”며 “또 내수 강화를 위한 복지 확대 정책도 필요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장려금 등은 실질적으로 소비를 늘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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