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혁 복지정책관, 실장급 도약 여부 관심···최성락 차장, 식약처 2인자 자리 굳혀
박인석 보육정책관, 엑셀런트한 업무스타일···자기관리 탁월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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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성균관대 동문이며 1964년생 동갑인 관료 3명의 향후 진로가 주목된다. 이들의 진로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9일 복지부와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에 취임한 권덕철 전 복지부 차관이 복지부 성대인맥의 최고참이다. 그는 삼수를 해서 성대 행정학과에 입학한 81학번이다. 권 원장에 이어 학번은 다르지만 동갑이고 경험이 풍부한 3명의 성대 출신 관료가 복지부와 식약처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번 순으로 정리하면 82학번인 성대 행정학과 출신 장재혁 복지정책관이 현직 중에선 최고참이다. 이어 83학번인 성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성락 식약처 차장이 근무하고 있다. 성대 행정학과를 다닌 박인석 보육정책관은 84학번이다.

이들은 모두 1964년생 동갑이다. 하지만 장재혁 정책관은 한해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82학번이 될 수 있었다. 제대로 학교에 들어간 최성락 차장은 83학번이다. 재수를 거쳐 성대에 입학한 박인석 정책관은 84학번이다. 학번은 일부 차이가 있지만 모두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복지부 인사와 식약처 인사에서 상수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장 정책관은 경북 영주 출신이다. 행정고시 34회로 관가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국제협력관과 노인정책관, 건강보험정책관, 정책기획관, 주멕시코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 파견, 연금정책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현 직위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 정책관은 소신파와 파워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본인 소신에 입각해 정책을 결정하고 상사도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하게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복지부는 물론 다른 장소에서도 직설적 발언을 거침 없이 내뱉는 스타일이다. 장 정책관은 후배 업무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해결하기도 했다. 

그의 과거 이같은 소신과 업무 처리는 복지부 내 파워와도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그가 건강보험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3년 3월 보직 명칭이 건강보험정책국장으로 변경된 것도 그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직개편 결과는 보다 독립된 조직으로 변경되는 것을 의미했다. 장 정책관 캐릭터와도 일정 부분 합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고위직인사에서 장 정책관은 직전까지 공모직이던 정책기획관에 임명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전까지 정책기획관은 기획재정부 출신이 공모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 핵심 보직이었다. 당시 장 정책관 주장에 따라 기재부 출신은 보육정책관에 발령 받고 그가 정책기획관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정책기획관은 복지부 출신 핵심 관료가 맡고 있다.   

현재 복지부에서 배병준 사회복지정책실장(32회)과 김강립 차관(33회) 등 그의 행시 선배가 2명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의 향후 진로는 주목 대상이다. 장 정책관의 한 지인은 “복지부 장·차관을 포함해 그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며 “오해만 풀리면 실장급 승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행시 33회인 최 차장은 전남 무안 출신이다. 3명 관료 중 가장 기수가 높다. 그는 복지부에서 보육정책관과 대변인, 보건의료정책관, 사회서비스정책관, 복지행정지원관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8월 식약처로 자리를 옮겼다. 보육정책관 부임 전에는 식약청(현 식약처)에 파견돼 식품본부 유해물질관리단장과 식품본부장, 식품안전국장 등을 지내며 식품 전문 관료로 이름을 알렸다. 식약청 파견 전 복지부에서 식품정책과장을 맡기도 했다. 

이같은 식품 분야 전문성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약사 출신으로 외부에서 전입한 2명의 식약처장을 보좌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 지난 1989년 행시에 합격한 후 30여년간 공직 생활을 통해 안정감 있고 노련한 식약처 2인자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처럼 오랜 경륜은 행정업무는 물론 사소한 내용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과거 식약처장이나 차장이 업무차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서울청 운영지원과장이 영접을 나가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최 차장은 직접 운영지원과장을 불러 영접 나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직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류영진 전 처장이나 현 이의경 처장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화 투쟁 경력이 전혀 없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대권주자 1위인 것은 안정감 때문”이라며 “최 차장도 노련과 안정감을 트레이드마크로 삼는다면 차기 처장 물망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정책관은 부천고를 졸업했다. 행시 36회에 합격한 그는 복지부에서 복지정책과장과 보건의료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보건산업정책국장, 국무조정실 고용식품의약정책관 파견, 연금정책국장, 주칠레대사관 공사참사관 파견에 이어 지난 8월 현재 직위에 발령 받았다.

이미 보건산업정책국장과 연금정책국장을 거친 그가 정작 보육정책관에 발령을 받자 복지부 일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복지부의 모든 보직이 중요하지만 보육정책관과 노인정책관은 신참 국장급이 받는 보직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박 정책관의 한 지인은 “해외 파견에서 복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육정책관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그의 업무스타일은 ‘엑셀런트’란 단어로 요약된다. 명석한 두뇌와 이에 따른 업무 진행으로 직속 상사들 인정을 받았던 관료다. 사무관이나 과장보다 훨씬 업무범위가 넓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물론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맥을 짚는 실력도 뛰어나다. 과거 보건산업정책국장 시절 요약된 쪽지 한 장만 보며 그가 두 시간을 강의할 수 있었던 것은 보건산업국 전체 흐름을 파악해 대부분 암기한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직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업무를 하는 것도 박 정책관의 장점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복지부가 현대빌딩에 입주해있을 때 지하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과장급 중 한명이었다. 과 직원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같은 그의 자기관리는 보건산업정책국장 임명 전까지 긴 시간 동안 휴가 기간에도 해외여행을 자제한 것에서 확인된다.     

박 정책관은 장 정책관 이후 복지부 성대 인맥을 끌어나갈 재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박 정책관은 국무조정실 파견과 해외 파견 등 경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욕심이 없다는 의미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 최영현 전 기획조정실장이나 권 원장이 성대 후배들을 챙긴 것에 비해 요즘에는 동문 모임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결국에는 본인이 실력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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