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 달 내 2차 협상 가능성···美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허용 필요”
北 한미군사연습 완전 중단 요구 낮추는 양보안도 필요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으로 갔다 다시 남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으로 갔다 다시 남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7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기대가 모아졌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미국이 가져온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가 북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미국도 이른바 새 계산법에 따른 방안들을 이번 실무협상에서 다 내놓지는 않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한 달 안에 2차 실무협상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북한과 미국 모두 자신의 기존 입장보다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상응조치 방안이 북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7일 밝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이 제시한 상응조치가 북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섬유와 석탄 수출의 한시적 제재 유예 등에 대해 북한이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거론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홍 실장은 “북한은 섬유와 석탄 수출의 한시적 제재 유예,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몇 개를 더 해제하라는 입장이었을 것으로 본다”며 “북한은 영변 이외 다른 핵 프로그램 중단은 할 수 있지만 그러면 상응조치를 더 많이 해달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미국이 예전보다 가격(상응조치 수준)을 많이 불렀지만 그 정도로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 측면에서도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일부 철수 등 핵과 상응하는 요구를 미국이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싱가포르 6.12 공동성명의 3조와 관련된 완전한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기존 입장인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을 반복한 것 같다. 이 전제에서 미국은 북한에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완전 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본다”며 “미국은 이러한 요구 사항의 진전 과정을 봐가면서 체제보장과 제재해제에 긍정적 검토를 하겠다고 거론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에 북한은 선 체제보장, 후 비핵화 안을 강조했을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한국의 전략물자 도입 중단, 조속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및 북미 관계 정상화에 미국이 답을 안 하고 있으니까 결렬됐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것들이 돼야 비핵화의 다음 조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이 끝난 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15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며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 “한 달 내 2차 협상 가능성”

전문가들은 북미가 이번 실무협상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지만 조만간 2차 협상을 열 것으로 예상했다. 양쪽 모두 협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미 모두 요구와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미국이 새 계산법으로 가져온 비핵화 상응조치를 이번 실무협상에서 다 꺼내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한 차례의 실무협상이 아닌 몇 차례의 협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은 실무회담 자체를 중요시 여기면서 3차례 정도 실무협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번 실무협상은 탐색전으로 보고 ‘새 아이디어’의 방안을 모두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양쪽 다 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기에 빠르면 이달 내, 늦어도 11월 초 안에 2차 실무협상이 열리리라 본다. 2차 협상은 서로 요구안을 주고받는 협상단계, 3차 협상은 주고받은 안에 대한 합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다만 2차 실무협상부터는 미국의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과 북한의 단계적 방식에 대한 간극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 부연구위원(남북관계 담당)은 “북미 협상이 진통은 겪겠지만 희망적으로 본다. 북한도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시한이 내년이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정책 실패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위해 일부러 속도조절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의 실무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양측 모두 요구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 연구위원은 “북한은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련이 있다.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2차 실무협상 가능성이 있다”며 “실무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은 비핵화의 단계적 방식, 비핵화 범위와 대상,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양보를 해야 한다. 북한도 미국에만 새 계산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어느 수준의 한미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반입 등에 대해 양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현익 실장은 북미가 합의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영변 이외 지역 사찰은 차후로 미루지만 핵동결, 비핵화가 핵물질·핵무기·관련 제조시설·장거리미사일 궁극적 폐기라는 것에 대해 확인을 해줘야한다”며 “미국은 안보리 제재 중 일부 해제, 회담 중에는 한미군사훈련 중단, 종전선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수용해야한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서 비핵화의 단계적 방식, 스냅백 등 조건부라도 북한이 실감할 수 있는 제재완화 등에 나서도록 해야한다”며 “북한에도 강경한 자세만으로는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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