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연령층에서만 개인파산 신청 건수 17% 증가
금융이력 부족으로 제1금융권 대출 접근 어려워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신용평가에 비금융정보 활용할 수 있게끔 해줘야”

금융거래실적 부족으로 1금융권 접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대안평가가 가능하도록 신용정보법을 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거래실적 부족으로 1금융권 접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대안평가가 가능하도록 신용정보법을 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20대 청년들, 일명 ‘신파일러(Thin-filer·금융이력 부족자)’들이 낮은 신용등급 탓에 고금리 대출로 떠밀리고 있다. 이에 금융거래 실적 부족으로 1금융권 접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대안평가가 가능하도록 신용정보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 2015년 691건에서 지난해 811건으로 1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6월말까지 접수된 건은 411건으로 이미 지난해 건수의 절반을 넘겼다.

3년간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대다수 연령대에서 줄어드는 추세지만 유일하게 20대 연령층에서만 늘어났다. 연령별 파산 신청 건수를 보면 30대는 15.2%, 40대 28.4%, 50대 23.5%, 60대 4.2%, 70대 9.5%, 80세 이상은 11.5% 감소했다.

이처럼 20대 연령층에서만 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대다수의 20대가 금융이력 부족자라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20대 청년을 비롯한 신파일러들은 금융이력 부족으로 인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연체 및 파산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 기준 금융이력 부족자는 1289만7711명으로 전체 신용등급 산정 대상자의 27.8%에 달한다. 금융이력 부족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정치권 및 업계에서는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금융이력만이 아닌 비금융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금융이력 부족자들의 대출 장벽을 낮춰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중 하나로 핀테크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신용정보법은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된 개인 신용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용·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개인의 비금융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금융이력부족자에게도 1금융권 대출장벽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비롯한 데이터 3법이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 자체에는 여야 간에 큰 이견이 없으나 정치적 공방으로 국회 파행이 거듭되면서 법 개정이 미뤄지고 있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해당 법안들은 자동적으로 일괄 폐기된다.

김병욱 의원은 “취업이 늦어지는데 주거비나 생활비는 인상되고 금융이력이 없는 이들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고 고금리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대출을 돌려막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불법 사채에 손을 대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신용정보법이 하루빨리 통과돼 비금융정보를 적극 활용한다면 청년들에게 더 낮은 이율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를 재촉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이력 부족자들의 대출장벽 문제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금융 추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운영하는 한 핀테크사 관계자는 “최근 핀테크 분야의 경쟁은 데이터 활용 능력의 경쟁으로 넘어가는 추세다”라며 “때문에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는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신용정보원에서 받은 정보로만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어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정확한 등급을 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개인사업자의 신용정보 및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게끔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도입된다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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