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 2년5개월만 최고···니트·캥거루족도 54만2000명, 역대 최대치 경신
기업 일자리 줄고 단기 일자리는 늘어···변화된 고용시장에 구직단념자도 덩달아 증가

청년 일자리지표가 최근 들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고용시장 속 청년 니트·캥거루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하반기 채용문이 좁아졌고, 일부 취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용 비리 등과 맞물려 구직을 아예 단념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업자 수는 45만2000명이 증가한 2735만8000명으로 같은해 동기 대비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3.0%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저치로 집계됐다. 정부도 고용지표와 관련해 고용 개선이 모든 분야와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모습은 이런 고용지표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고용·실업 부분이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니트·캥거루족은 54만2000명으로 집계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구직 단념자를 뜻하고, 캥거루족은 성인인데도 부모에 의존하는 청년층을 가리킨다.

청년들은 자신을 스스로 니트·캥거루족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지난달 잡코리아·알바몬 등 취업포털이 52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7.7%가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41.4%, 40.6%로 가장 많았다.

아울러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청년층 니트족의 특성 분석 및 비용 추정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6.2%던 니트족은 해마다 늘어나 2017년에는 21.2%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8월 기준 구직 단념자. / 자료=통계청, 표=이다인 디자이너
2019년 8월 기준 구직 단념자. / 자료=통계청, 표=이다인 디자이너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는 최근 들어 변화된 고용시장의 흐름이 한몫한다. 정부는 취업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했지만 이는 노인 일자리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대기업 10개 중 3개가 신입·경력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대폭 축소했고,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용 한파가 심해져 청년들의 구직 단념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취업준비생 김아무개씨(27)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 생활도 1년 정도 해봤지만, 일하는 데 즐거움을 못 느끼고 보람도 없다고 느껴 퇴사를 했다”며 “현재 니트족이자 캥거루족이 된 지 2년 가까이됐는데, 일하지 않고 해보고 싶은 경험을 하면서 보내는 게 훨씬 즐거워 한동안은 니트·캥거루족으로 살아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유아무개씨(28)는 올해로 1년째 니트족으로 생활하고 있다. 유씨는 자신을 비자발적 니트족이라고 칭한다. 그는 지난 2015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후 가고 싶었던 디자인업계에 입사시험을 준비했지만 취업 문턱은 높았다. 친구들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했는데 유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 할수록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유씨는 “뉴스를 보면 고용 부분은 항상 부정적인 게 많고, 채용 비리 소식을 접할 때마다 취업 준비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며 “급전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는 커피숍·편의점 등에서 몇 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생활비가 모이면 다시 니트족 생활을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니트·캥거루족이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청년층 니트·캥거루족의 취업 기회 손실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니트족이 취업해 받을 수 있는 월평균 소득은 2017년 기준 178만4000원으로 추정됐다. 취업자 평균 소득의 85.0%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를 니트족이 취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근로소득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고용주가 부담하는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장 부담금을 추가하면 연간 손실비용은 49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청년보장정책 등 니트족의 자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연합(EU)은 청년 실업 혹은 정규교육 후 4개월 이내 정부가 조기 개입해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취업 훈련, 취업 과정에 대한 준비를 돕는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U가 청년보장 정책을 펼친 후 니트족 비율은 2013년 13.2%에서 2018년 10.3%로 크게 낮아졌다.

유진성 한경연 국가비전연구실장은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018년 이후에도 21% 이상을 기록해 니트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니트족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청년들의 취업하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안전하고 단기적인 일자리에 속한 취업자들은 여전히 실업자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정부는 고용이 개선됐다고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정부의 취업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