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이해 가지 않는 발언, 국감 증인 출석 예정···페북에 동영상 올린 신신제약, 삭제 해프닝

물파스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한의사 이경제씨의 그동안 방송에서 건강 관련 일부 언행은 상식을 갖고 있는 일반인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있었다. 결국 조만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을 요청받았으니 최소한 기자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기자가 그의 발언을 주목하게 된 것은 지난 8월 21일 보도하기 직전 몇몇 제약사로부터 제보를 받은 후였다. 그가 지난 3월 초순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 물파스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경제씨는 당시 방송에서 “중풍 예방 핵심은 뒷목 관리”라며 “물파스 사용설명서는 근육통, 관절통, 벌레 물린 데로 나와 있는데, 저는 네 번째로 중풍 예방에 좋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이같은 내용을 동영상으로 본 직후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본 후 ‘양방이 아닌 한방 차원에서 일부 의학적 근거가 있으니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씨도 명예가 있고 자격증을 보유한 한의사인데 아무 의학적 근거가 없는 내용을 사석이 아닌 종편 방송에 나와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 것이다.  

관련 기사가 보도된 후 이씨의 한의사 후배가 그를 직접 비판하면서 또 다시 이슈화됐다. 한의사 유튜버 페인랩(PAIN LAB)이 같은달 29일 올린 ‘한의사 이경제 선배님 제발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당시 페인랩은 “한의사 이경제 선배님. 까마득한 후배라서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의료인’ 대신 ‘예능인’ ‘방송인’ 타이틀을 달고 방송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고 요청했다. 

페인랩은 영상에서 “예능과 정보 채널을 넘나들면서 활약하는 ‘쇼닥터’ 한의사 중 넘버원이 있다”면서 이씨를 지목했다. 쇼닥터는 방송에 출연, 치료법이나 건강 기능 식품을 추천하는 일부 의사나 한의사를 지칭한다. 특히 페인랩은 이씨가 방송에서 소개한 치료법이나 진단법 중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사례 두 가지를 제시했다. 중풍을 예방하는 물파스 사용법과 체질에 안 맞는 약재가 몸에 닿으면 팔이 내려간다는 CRA 테스트다. 

기자는 이씨 발언도 고개를 갸웃거릴 사안이지만 종편에 비용을 지불하고 자사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린 신신제약도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신제약 경영진은 향후 이 동영상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경쟁 제약사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업계가 이 사안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신신제약 경영진은 보기 드물게 순진하고 순박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신신제약 경영진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페이스북에서 신속하게 동영상을 삭제하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해당 종편 방송과 삭제 전 신신제약 페이스북, 페인랩 유튜브 등 이 씨 발언을 직간접적으로 본 국민들은 이제 적지 않은 수가 됐다. 결국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종합국정감사에서 이씨를 일반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청했다.          

기자는 이씨가 쇼닥터라는 지적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가 의학적 소신을 갖고 물파스가 중풍을 예방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소신을 존중하고 싶다. 다만, 그같은 소신을 임상시험 등 과학적 절차를 거쳐 검증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어 학술대회 등 공식석상에서 발표한 후에는 방송에서 얼마든지 언급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만약 의학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면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생각해 볼 문제다. 만약 그렇다면 후배 한의사 지적대로 이씨의 방송 소개 자막에는 한의사 표현보다는 방송인과 예능인이 더 걸맞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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