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예비접촉 후 5일 북미 실무협상···장소는 스웨덴 스톡홀름 유력
실무협상 논의 내용은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방안’

지난 3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불이 켜진 내부 모습이 보인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불이 켜진 내부 모습이 보인다. / 사진=연합뉴스

북미가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확정하면서, 사실상 비핵화를 둘러싼 담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북미는 지난 4일 이례적으로 예비접촉을 갖고 탐색전을 벌인 만큼, 실무협상에서 내놓을 전략과 협상안에 관심이 모인다.

북미 실무협상이 공식적으로 재개된 것은 지난 2월말 하노이회담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번 협상에 북측은 외무성 대미통으로 불리는 김명길 순회대사가,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표로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인 실무협상 장소, 시간 등 일정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한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지난 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한 게 확인됐다. 이에 회담 장소로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곳은 지난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1월에도 북미 실무협상 장소로 사용됐던 곳이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협상안을 공개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α)를 대가로 석탄·철광석·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유예하는 ‘스냅백’ 방식의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석탄과 섬유는 북한의 양대 수출 품목이다.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전, 2016년에만 광물에서 11억9000만 달러, 섬유 7억3000만 달러를 수출해 북한 전체 수출의 68%를 차지했다.

미국은 영변과 우라늄 농축 중단으로 기본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어느 정도 대북제재 숨통을 내주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시 대북제재를 하겠다는 스냅백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다. 미국이 전략으로 취한 스냅백 방식은 앞서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직후인 지난 7월에도 미 행정부에서 이 방식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다만 북한도 체제안전보장이나 대북제재 완화 등 이익을 취하는 수준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북한과 최대한 아끼려는 미국 간 복잡한 셈법의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북측은 이번 협상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같은 날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공항에서 취재진에게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신호가 있어 매우 기대하고 있으며 협상 결과를 매우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완전한 비핵화와 로드맵, 비핵화 방법론, 체재보장 등을 놓고 양측이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됐을 때 얼마나 이견을 좁힐만큼 서로간 융통성을 갖고 오느냐가 관건”이라며 “미국이 하노이 회담 이후에 보다 더 융통성 있는 입장을 갖고 양측이 나오지 않겠나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미국 대표단이 북한의 비핵화 정의를 명확히 확인하고,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목표는 북한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북미가 명확이 이해하는 것이고, 합의된 비핵화의 정의를 최종목표로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북한으로 받아내는 것”이라며 “비핵화 검증과 국교 정상화, 안전보장과 평화 구축 노력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지 말고 주도권을 확실히 잡고 지속적인 협상 틀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군축 협상으로 대화의 방향을 바꾸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대표단은 협상의 초점을 북한 비핵화에 명확히 맞추고 북한의 요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무협상은 입장과 생각을 교환하고 지속적인 비핵화에 대한 지속적인 협상의 틀(framework for continued negotiations)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 결과물이 없더라도 다시 만나자는 합의만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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