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부터 하반기 신입 직원 채용 진행 중···4급 보건관리자 아닌 6급 보건관리원으로 제한
남부발전 측 “법률상 문제 없어” 해명···“관리자 지원 자체 배제한 것은 차별적 요소” 지적

한국남부발전 하반기 신입 채용에 의혹이 제기됐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한국남부발전 하반기 신입 채용에 의혹이 제기됐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한국남부발전이 하반기 신입 채용에서 현행법상 보건관리자로 명시된 간호사 직군을 더 낮은 직급인 보건관리원으로 뽑으며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기업 내부 규정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건관리자 신분에 간호사를 지원조차 하지 못하게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 9월 11일부터 2019년 하반기 신입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채용 과정에서 문제된 부분은 한국남부발전이 채용 공고에 명시한 보건관리자와 보건관리원에 대한 내용이다.

4일 시사저널e 취재 결과, 한국남부발전은 채용 공고에 간호사는 보건관리자 채용에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보건관리자 자격에 산업위생기사와 대기환경기사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18조[별표6]에 따르면, 보건관리자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간호사 ▲법 제52조의2제2항에 따른 산업보건지도사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산업위생관리산업기사 또는 대기환경산업기사 이상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 등이 포함된다. 즉 보건관리자 자격에 의료법에 의한 간호사가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한국남부발전은 간호사를 보건관리자 채용에 지원조차 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남부발전에서 보건관리자를 채용하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 이후 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한국남부발전은 간호사 직군을 보건관리자 지원 자격에 아예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대신 한국남부발전은 하반기 신입채용에서 간호사를 보건관리자 보다 직급이 낮은 보건관리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보건관리자는 4급 정직원에 해당되는데, 간호사 직군을 채용하고 있는 보건관리원은 6급 정직원에 해당하며 학력과 전공을 구분하지 않는 사무담당원과 동일한 직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간호사는 4년제 대학교 졸업 학력으로 의료법에 의한 의료인이며 국가고시를 통해 국가 면허를 취득한 전문 인력인데, 결국 한국남부발전은 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는 “한국남부발전의 이러한 채용 방식은 고 김용균씨의 사망사건으로 발전소 근로자의 건강보호 중요성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며 “공정하고 차별적인 채용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남부발전 측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간호사 직군은 4급으로 채용하는 게 맞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내부 규정에 따라 한국남부발전은 보건관리자에 기계·설비 관련 지식을 갖춘 지원자, 보건관리원은 간호사를 채용키로 했다”며 “차별적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회사 내부 방침이고, 법률상에도 문제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어 “발전소 특성상 간호 분야 보다는 기계·설비 분야 지식이 우선이라고 생각돼 보건관리원에 간호사를 채용 중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남부발전의 채용 방식은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 차별이라고 판단한 지역 보건소장 임용시 의사면허 소지자를 우선 임용한 것과 유사하다.

원곡법률사무소 소속 최정규 변호사는 한국남부발전의 간호사 채용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변호사는 보건소장에 의사 우선 임용을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 결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7년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에서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보건소장에 우선 임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사 면허가 없는 의료인과 보건의료 담당 공무원에 대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것은 차별행위라는 측면에서다.

최정규 변호사는 “4급 보건관리자 채용에 간호사는 지원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지원 자체는 할 수 있되,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채용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을 아예 지원자체에서 배제하는 것은 잘못된 공고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남부발전은 오는 8일 오후 6시 필기시험 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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