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투자 체크할 주체 사라져 버리고, 투자 위한 투자 되는 경우 많아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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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및 정치권과 재계가 만난 후에는 어김없이 채용 및 투자 계획이 발표되는데, 정작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뜨뜻미지근하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의 투자 공식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는 김기태 GS칼텍스 사장,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이구영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임병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등 유화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과 관련한 보상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환경과 관련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정치권이나 정부와 만나면 기업들은 으레 투자 계획을 발표하곤 한다.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역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난 후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나 정치권 지적 후 다들 투자 보따리를 꺼내놓을 때 혼자만 안 내놓으면 그것도 뻘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는 대체로 감동을 주지 못한다. 거기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사후 어떻게 집행이 되는지 일일이 챙기고 확인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투자는 액수가 너무 커 장기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당시 약속을 받았던 정부 관계자는 집행 과정에서 보통 다른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정권 자체가 바뀌면 해당 약속들은 더욱 더 잊히고 기업들은 새 정권을 위한 새로운 투자 보따리를 고민해야 한다.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감이 끝나고 나면 당시 기업들이 약속했던 사안만 계속 사후 체크하고 추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당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국감 아이템들은 보통 한 보좌관이 맡아 진행을 하는데 그가 그만두거나 상임위가 다른 의원실로 옮겨갈 경우 해당 사안은 계속 추적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국민들 기억에서도 기업들의 약속은 잊혀간다.

두 번째는 투자 발표를 위한 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투자라는 것은 재원 및 경제 상황 등에 따라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 뭔가 윗선에서의 요청 및 호통이 있은 후에  투자 보따리를 내놓게 되면 급조해서 계획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당연히 내실 있는 투자가 이뤄지기 힘들게 되는데, 이는 기업에게도 손해고 스트레스다. 일단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발표가 되긴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투자의 공식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눈치보기 식, 깜짝 보따리 풀기 식 투자가 아니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곳을 찾고 그 과정에서 정부 및 정치권에 에로사항을 이야기하면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투자 약속을 강제적으로 집행토록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주들을 투자 결정 및 집행 단계 체크의 주요 주체로 참여하게끔 하는 방식이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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