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학습의 기본은 수학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라는 모토 아래 출간된 수학 학습만화 “수학도둑 수학용어사전”의 감수를 맡은 이강숙 선생님(서울탑동초등학교 교사)을 만났다.

수학 학습만화 베스트셀러 1위, 누적 부수 650만 부를 돌파한 <수학도둑>의 새로운 시리즈 <수학용어사전>(서울문화사)의 감수를 맡은 이강숙 선생님. 현재 서울탑동초등학교 교사인 그녀는 <EBS 방학생활> 4~6학년 부록 수학 원고를 비롯해 2009 개정 국정 초등 수학 1~6학년 <수학> 교과서·<수학익힘>·<교사용 지도서>를 집필하고, 학습만화 <수학대장1~3>, <수학세계에서 살아남기 1~8> 등을 내놨다. 또 2002년부터 수학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홈페이지 ‘수학대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강숙 선생님에게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는 법,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지 않는 법에 대해 물었다.

 

사진=이대원

 

홈페이지 ‘수학대장’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예전에는 수학에 관련된 읽을 거리가 부족했어요. 서점에 가도 시중에서 살 수있는 이야기책이 없었고 인터넷을 뒤져도 정보를 얻을 수 없었죠. 그래서 여기저기 뒤지면서 공부했는데, 이 정보들을 한군데 모아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수학대장’의 시작이었죠. 그러다 보니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어요. 2009년 집필에 참여한 교과서로 조카들과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이 공부를 했는데,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뿌듯해서 계속 다방면으로 활동하게 됐죠.

오랫동안 많은 학습 도서를 만들어오셨는데요. 좋은 도서는 어떤 것인가요? 우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어야 해요. 아이가 볼 도서를 고를 때, 함께 서점에 가서 고르는 걸 추천해요. 지식을 배우는 책들은 깨알 같은 글자가 가득한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꼭 글자가 많아야 좋은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보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개념을 익히는 단계라면 만화가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여러 번 볼 수 있는 책들이 좋아요.

그런 측면에서 <수학용어사전>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네요. 눈에 띄는 캐릭터들과 재미있는 스토리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림, 스토리와 수학 용어가 어우러진다는 것이 강점이에요. 만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용어를 익힐 수 있죠. 아이들 입장에선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삼각형이 무엇인지 알지만 정확한 정의는 알지 못해요. 가령 삼각형의 밑변이 어디냐고 물으면 제일 아래에 있는 변이라고 답해요. 그런데 밑변은 ‘아래’를 의미하는 게아니라 ‘기준’을 뜻하거든요. 이런 정의를 모르면 삼각형을 조금만 틀어놓아도 어디가 밑변인지 찾지 못하게 돼요. 이 책에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몰라도 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알게 되면, 아이들은 개념을 잊지 않아요. 스토리·그림 작가들이 모두 수학에 흥미가 많기 때문에 이런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수학 학습의 트렌드는 아이들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수업이에요.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만지고 체험하면서 개념을 익히는 거죠.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답을 찾고그 과정을 통해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초등학교 몇 학년에 보는 것이 적합할까요? 3~4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전 학년이 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은 계단과 같은 학문이에요.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과목인데,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아래 계단이 부족하면 위로 쌓이지 못해요. 따라서 기초를 정확히 아는 것이 어떤 과목보다 중요하죠. 학교나 학원에서는 개념을 말로 설명하는데, 들을 땐 이해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 막연하게 이해하는 것이에요. 아이들에게 “곱셈이 뭐야?”라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학은 모든 개념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기초가 탄탄한 게 중요하거든요. 영화로 따지면 마블 시리즈와 비슷해요. 마블 시리즈도 전편을 봐야 숨어 있는 의미들을 알 수 있잖아요. 수학 역시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흥미를 가질 수 없고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없어요.

‘수포’를 선언하는 학생들도 상당하죠? 아이들이 수학 공부를 포기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재미가 없으니까요. 물론 우리나라 교육 과정에서 수학을 꽤 깊이 있게 다루는 측면도 있지만, 흥미를 갖지 못하니까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알고 보면 수학은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벽에 액자를 건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높이와 너비를 보고한 지점을 정하고 못을 박아요. 그럴 때수학적으로 계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비율을 고려해요. 또내비게이션을 볼 때, “600m 남았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오면 어느 정도더 가야 하는지 짐작할수 있어요. 이런 것들이 수학적 감각이에요. 수학적 감각은 사고력을 키우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돼요. 그런데 실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오로지 학문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니까 실생활과 거리가 먼 학문이라는 오해가 쌓이게 되는 거죠. 미분 공식을 수식화해 제작 비용을 절약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라든지,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수학에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죠.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요즘 수학 학습의 트렌드는 아이들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수업이에요. 공식을 알려주고, 외우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만지면서 체험하고 그 과정을 통해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거죠. 예를 들어 곱셈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기 전에, 지금까지 배운 것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답을 찾아나가요. 또 부피를 배우고 난 후에 교실의 부피를 재보기도 하죠.

부모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여건상 쉽진 않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돼요. 학부모님들 중에 아이가 질문하면 “학교 선생님께 물어봐” “나중에 배울 거야”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어요. 호기심을 갖고 질문했는데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답변을 들으면 아이의 흥미는 사라져요. 그게 반복되면 아이는 호기심을 갖지 않게 됩니다. 만약 엄마나 아빠가 정답을 알지 못하면 “우리 함께 찾아보자”라면서 함께 공부하면 돼요. 아이와 대화하면서 같이 연구하는 거죠. 또 아이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아이의 호기심을 캐치하고,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 돼요. 얼마 전 7살인 둘째 아이가 칼싸움을 하다가 황제에 관심을 갖더군요. 그 순간을 캐치하고 칼을 구경하러 박물관에 가기로 했어요. 거기에 제 의도를 하나 넣었어요. ‘욕심내지 말고 주먹도끼(구석기 시대 석기) 하나만 기억하게 하자’고 마음먹었죠. 이런 식으로 학습하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키울 수 있어요.

아이들과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군요? 제교육 철학이기도 해요.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저또한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재미있는 학습법을 연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요. 간혹 중학교에 진학한 제자들이 “선생님 덕에 수학이 재미있어졌어요”라고 메일을 보내와요. 저의 노력으로 아이들이 수학이 재미있고 쓸모 있는 학문이라고 느끼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해요.

 

 

<수학도둑 수학용어사전>

‘수포자 방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학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흥미를 키워주고자 탄생한 용어 중심 수학 학습만화.스토리, 만화와 수학 용어가 어우러져 아이들이 재미있게 이해하며 수학적 추론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돕는다. 동암 송도수 그림 현보 양선모 감수 이강숙 발행 서울문화사 가격 1만1천원.

 

 

우먼센스 2019년 10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에디터 김지은 사진 이대원 장소 인바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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